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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

(<매복(埋伏)> 완결)

 

 

 

 나는 그 검은 고양이의 잘린 꼬리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숙주 인간은 그 꼬리를 내던지며 도망쳤다. 무책임함의 정수(精髓)였다. 쓸쓸히 버려진 그 꼬리를,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가자."

 

 선황 녀석이 말했고, 나는 잠시 모두를 돌아본 다음, 꼬리를 물어 올렸다. 여귀 녀석이 그런 나를 보며 물었다.

 

 "그건 왜."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가만 묵묵히 꼬리를 물고, 움직이는 모두를 따라갔다. 여귀 녀석이 내 뒤를 따라오며 중얼거렸는데, 나는 왜 녀석이 갑자기 그렇게 중얼거리는지 알 수 없었다.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그저 혼잣말인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걸어가며 귀를 쫑긋했다.

 

 "고양이 무리 중에, 지금은 쫓겨난 녀석인데, '다시다'라는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이 애지중지하는 물건이 있었는데 녀석은 그것을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렀다더라. 그게 뭐지? 일종의 '부적'인 셈인가."

 

 "......"

 

 "그런데 녀석의 그 '만병통치약'을 고양이 무리의 비둘기 세작이 갈취했다."

 

 "......"

 

 "그 후로, 녀석은 변했다."

 

 나는 고개를 빙글 돌려, 여귀 녀석을 바라보았다. 여귀는 나를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그래. 녀석은 달라졌어. 자신이 따르던 무리에 배신당하자 녀석은 번연히 깨달았지. 내 친구, '벽파'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 친구', 벽파?

 

 "녀석은, '외로움의 높이'를 발견한 거지."

 

 나는 여귀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녀석이 지금 뭐하는 거야? 나는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별개로, 나는 입에 문 꼬리를 잠시 내려놓고, 여귀 녀석에게 다가갔다. 여귀 녀석은 그런 나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 녀석은 지금, '만부부당(萬夫不當)'의 짐승이다."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 볼을 부비었다. 녀석은 조금 귀찮다는 듯 고개를 움찔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잠시 후, 나는 다시 꼬리를 물고, 무리를 따라 나섰다. 선두에 서던 다리 일곱개 달린 큰 짐승은, 우리 모두에게 인사했다.

 

 "나나는는...... 당당분분간간 너너희희들들 편편이이다다......"

 

 선황 녀석이 큰 짐승을 향해 마주 인사하며,

 

 "그렇지. 당분간이겠지."

 

 하고 대답했다. 큰 짐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건건투투를를 빈빈다다......"

 

 그리고 녀석은 우당탕탕 하는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달려 사라졌다. 우리는 모두 눈짓으로 녀석의 등에 대고 인사했다. 나는 문득, 내 입에 물린 꼬리를 바라보았다.

 

 언제고 돌려줄 날이 있을 것이다.

 

 저 쪽 먼 산에서, 새벽 동이 아스라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 미명을 무연히 바라보았다.

 

 무척 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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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매복(埋伏) - 10화 (완결)

2019. 10. 16. ~ 2019. 12. 20.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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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 매복> 의 연재가 끝났습니다.

아, 재밌었어요. :D

지금 다음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는데, 둘 중 뭐가 좋을까요?

 

1.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2.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 애꾸눈>

 

고민해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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