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 9화 -

 

 

 

 주인은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주인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하염없이 주인을 바라보았다. 갈매기 녀석들이 끼룩거렸고, 노을은 뉘엿뉘엿 하늘을 물들였다. 그리고 주인은 내 '생명선'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저 바라만 보았다.

 

 주인은 내 생명선을 어느 기둥에 묶었다. 그리고 멀어졌다.

 

 "어디 가!"

 

 내가 주인을 향해 짖었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한 번 더 짖었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미친 듯이 짖었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울며불며 짖었다.

 

 주인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 그는 뒤돌아보았다. 무시무시한 얼굴로.

 

 "귀찮아걸리적거려나의사랑은끝났어나는너에게질렸어귀찮은존재일뿐이야너는그저걸림돌일뿐이야내잘못이라고말하지마나는언제나착하게살아왔어잘못은너에게있어."

 

 외로움의 높이.

 

 그 인간은 다시 빙글 돌아, 멀리 멀리 멀어졌다. 나는 이제 울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 초라한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해?"

 

 오동 녀석이 나를 툭 쳤다. 정신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옛날 생각이 나서."

 

 "음."

 

 오동 녀석은 빙긋 웃고는,

 

 "저 인간을 어쩌지?"

 

 하고 물었다. 우리는 그 숙주 인간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상당히 당황한 듯,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우리에게 휘두르며 위협하고 있었다. 어린 강아지 장난 같은 짓이었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외로움의 높이.

 

 여귀가 냉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숨통을 끊자."

 

 그 말을 듣고, 지산 녀석이 움찔했다.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나도 또 진저리가 났다. 저 녀석과는 풀어야 할 일이 있다. 철마 녀석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할 뿐이었다. 여귀는 신이 나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녀석의 누런 송곳니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보내 줘."

 

 우리는 모두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았다. 선황 녀석이었다.

 

 "선황! 어떻게 여길 왔지?"

 

 내가 물었고, 우리의 우두머리는 싱긋 웃으며,

 

 "늘솜 사령이 위치를 알려줬어."

 

 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여귀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뻐끔거리며 물었다.

 

 "선황. 저 인간이 그 고양이의 꼬리를 끊었어. 복수해야하지 않아?" 

 

 "저 인간은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야."

 

 선황 녀석은 그렇게 대꾸하고는 지산 녀석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지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약간 틀어 퇴로를 열어주었다. 낌새를 눈치챈 숙주 인간은 벌어진 틈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에 걸렸는지 우당탕탕 넘어졌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 인간의 팔꿈치며 무릎에서 피 냄새가 났다. 여귀 녀석은 뭐가 아쉬운지 입을 쩝쩝거렸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나, 숲 속 멀리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초라한 모습을 나는 묵묵히 바라보았다.

 

 

 

 

 

 

 --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매복(埋伏) - 9화

 2019. 12. 17.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

 재밌게 보셨다면 후원 부탁드립니다! 작은 후원은 큰 힘이 됩니다! :D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482-020765 최종원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