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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

 

 

 

 "어쨌든 저 녀석을 살려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검은 녀석에게 후다닥 달려갔다. 녀석은 우뚝 선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앞발로 녀석을 한 번 툭 친 다음,

 

 "이봐."

 

 하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녀석은 반응이 없었다. 그저 뭐라고 중얼거리기만 했다.

 

 "엄마... 엄마..."

 

 "이봐! 정신 차려!"

 

 내가 소리쳤다. 그제야 녀석은 풀린 눈으로 나를 흘깃 바라보더니,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나... 나 좀 도와주... 내가 귀신 종이 줄게."

 

 귀신 종이? 이 녀석은 동물이야, 인간이야? 나는 다시 한 번 앞발로, 이번엔 녀석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간지, 피해!"

 

 멀리서 하늘 녀석의 외침이 들려왔다. 나는 화들짝 위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큰 짐승의 앞발이 나를 향해 내리치고 있었다. 나는 훌쩍 뛰어오르려 했다.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이 검은 녀석의 눈망울만 아니었다면 나는 마음놓고 피했을 것이다. 

 

 "안 돼!"

 

 다시 들려온 하늘 녀석의 외침을 들으며,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부스스, 하는 먼지 바람이 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도 이제 정신을 공격당했나?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불안한 마음을 추스리려 애쓰며 살며시 눈을 떴다.

 

 큰 짐승의 앞발은 내 머리 위, 공중에서 멈춰 있었다.

 

 그 앞발의 주위로 소용돌이 바람 같은 게 휘몰아쳤다. 이 바람은? 나는 퍼뜩 나루 녀석을 돌아보았다. 역시 녀석의 몸 주위에서도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우리의 떠돌이 사냥꾼, 저 괴짜 녀석이 나를 구했구나. 나는 속으로 감사했다. 녀석이 말했다.

 

 "너, 너. 왜, 가만 있어."

 

 내가 외쳤다.

 

 "무슨 소리야!"

 

 "싸, 싸워라."

 

 "......"

 

 그림자를 일으켜 세우라는 말인가? 그때 그걸 어떻게 했더라? 나는 필사적으로 그때의 느낌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신기한 녀석이군."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아름다운 고양이, 미로가 나루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나루는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중에도 미로를 흘깃 바라보았다. 미로가 말했다.

 

 "우리 대장은 보다시피 형편이 없어서."

 

 나루는 미간을 찌푸린 다음,

 

 "하,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네가 우리 대장이 되어주지 않겠나?"

 

 그때, 돌 하나가 미로 녀석에게로 날아왔다. 사람들 중 하나가 또 돌을 던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미로 녀석은 보지도 않고 훌쩍 뛰어 돌을 피한 다음,

 

 "너처럼 강한 녀석이 필요해. 우리를 이끌 수 있는."

 

 하고 말했다. 나루는 코웃음쳤다. 

 

 "너, 너희 같은, 사이비는 흥미없다."

 

 "푸하하!"

 

 미로 녀석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녀석은,

 

 "우리 무리를 봐."

 

 하고 자신들의 무리를 가리켰다. 녀석이 말을 이었다.

 

 "어디 하나 오갈데 없는 녀석들이지. 그리고 녀석들은 이 무리를 의지하고 있어.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나?"

 

 "푸, 푸하!"

 

 이번에는 나루가 웃음을 터뜨렸다. 녀석은 계속 정신을 집중하려 애쓰며, 

 

 "차라리, '무소'의 뿔, 처럼, 혼자서 가겠다."

 

 이때, 다시 한 번 돌이 날아왔다. 이번엔 이쪽으로, 지금 정신을 못 차리고 검은 녀석에게로-

 

 "간지!"

 

 이번엔 바다 녀석이 외쳤다. 그래, 걱정해 줘서 고마워, 친구야.

 

 돌은 내 눈에 맞았다. 

 

 나는 풀썩 쓰러졌다. 눈이 쓰라렸다. 아무래도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 검은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왜 나를...?"

 

 "......"

 

 이유는 없어. 나는 원래 그런 녀석이야. 이번엔 미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녀석도 참 흥미롭군."

 

 나는 성한 한쪽 눈으로 나루와 미로를 바라보았다. 나루 녀석은 더 깊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로 녀석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 거친 쇳소리를 내며,

 

 "이봐, 나, 나를, 방해하지 마라."

 

 미로 녀석은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잔인한 말을 했다.

 

 "저 녀석을 시험해보고 싶어."

 

 그리고는 미로는 앞발로 나루의 배를 걷어찼다. 정신을 집중하느라 무방비 상태였던 나루는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소용돌이가 사라졌다.

 

 거대한 큰 짐승의 앞발이, 우리를 덮쳤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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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크크크크크크크...... 

 

여기가 어디지?

 

우리는-절망-속에-있다- 

 

나는하늘녀석을바라보았다녀석은좁은창문틈사이로힘겹게몸을빠져나왔다녀석이외쳤다"나왔다!"하지만나는기쁘지않았다어느새잠에서깬'주인'이창문너머에서우리를내려다보고있었다나는겁먹은눈으로주인을올려다보았다

 

주인의-목소리가-하늘-녀석과-나의-심장을-파고들었다-

 

"Pukke... Li Dershiplas puk Ejiap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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