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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

 

 

 

“이, 이상한데?”

 

나루는 중얼거렸다. “뭐가?” 하고 내가 물었다. 하늘이나 나는 큰 짐승을 본 게 처음이지만, 나루는 그동안 숱하게 봐왔고 ‘사냥’해 왔을 터이다. 녀석이 대답했다.

 

“절룩거린다...”

 

우리는 그제야 큰 짐승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녀석은 비틀비틀거리고, 절룩거리고 있었다. 어딘가 불편한 것 같았다. 누가 보더라도 별로 위협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저기! 있다!”

 

갑자기 어디선가 외침이 들려왔다. 우리는 모두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엔 일대의 고양이 무리가 모여 있었다. 무리의 선두에 있는 고양이는 나처럼 검은 녀석이었는데, 얼굴에 흉터가 가득했다. 저 녀석이 우두머리인가? 그리고 그때, 저번에 봤던 그 미묘, ‘미로’라는 녀석이 우두머리에게 다가가 말했다.

 

“내가 말했지? 여기 큰 짐승이 있을 거라고.”

 

“자네 사령들은 참 민첩하고 영리하군.”

 

“그렇지. 후후후...”

 

“나는 자네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능력은 높이 사네.”

 

“후후후. 고마워.”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다...?”

 

나는 귀를 쫑긋 기울이며 녀석들의 대화를 들었다. 우두머리 검은 고양이는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녀석은 휙 뒤돌더니,

 

“지금부터 큰 짐승을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하고 외쳤다. 그때 내 시야에 홍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홍실의 눈에는 어린 것은...

 

‘동경(憧憬)’...?

 

나 쫓아다닐 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눈이었다. 저 시꺼먼 녀석을 흠모하고 있단 말인가? 우두머리 녀석은 그런 시선을 의식했는지,

 

“잘 봐라!”

 

하고 나섰다. 큰 짐승이 기척을 느꼈는지 뒤돌아보았다. 우두머리는 자세를 낮게 하고, 꼬리를 치켜올렸다.

 

녀석의 털이 빳빳하게 서더니, 곧 날카로운 것이 되어 큰 짐승을 향해 뻗어나갔다.

 

“잔, 잔인한, 방식이군.”

 

나루가 그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나는 큰 짐승을 상대하는 방식이 개체마다 다르다는 나루의 말을 기억해냈다. 그런데 저 우두머리 녀석의 방식을 나루는 ‘잔인하다’고 한 것이다.

 

큰 짐승은 절룩거리느라 몸동작이 굼떴다. 날카로운 털 몇 개가 큰 짐승의 몸을 뚫었다.

 

“우와와-!”

 

고양이 무리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나는 입을 앙다물었다.

 

“공격해!”

 

우두머리가 외쳤고, 곧 일대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고양이 무리들이 큰 짐승에게 우르르 달려든 것이다. 아무리 큰 짐승이라지만 지금은 제 힘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터, 그런 녀석을 저들은 무슨 장난감 다루듯 하고 있었다. 하늘이 말했다.

 

“너무해...”

 

나루는 그런 하늘을 휙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를 흘깃 보더니, 우리 둘 사이에 시선을 두고, 말했다.

 

“저, 저들은, 곧 파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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