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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未濟) 사건

 - 3화



 "야! 민지원!"

 우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하얀 햇살을 받으며 달려오는 희영이의 얼굴은 오늘따라 더욱 하얘 보였다. 나는 입을 삐죽거렸다.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희영은 까르르 웃으며,

 "세트 메뉴잖아! 담임도 인정했다고!"

 나는 머릿속으로 '-_-^' 모양의 이모티콘을 그렸지만 지원은 웃으며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희영이는 손뼉을 소리나게 딱 치고는,

 "왔어!"

 "누가?"

 "풍성고 킹카!"

 '킹카'라는 말에 나는 눈을 약간 찌푸렸다. 그건 어딘가 마음에 안 드는 단어였다. 잘 생겼다고 '왕'인가? 하지만 지원은 꺄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나도 보고 싶어!"

 "교문 앞에 있어! 애들이 막 둘러싸고-"

 "걔 지금 연예인이지?"

 "곧 데뷔한대!"

 둘은 이제 방방 뛰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의도적으로 무심하게 물었다.

 "걔가 여길 왜 온대?"

 그러자 희영이가 한 번 더 손뼉을 치더니,

 "너 모르냐? 3반에 연주랑 걔랑 썸씽 있는 거?"

 "이연주?"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하지만 둘은 나를 시원하게 무시했다.

 "뭐야... 이연주 보러 온 거였어?"

 "걔가 좀 이쁘장하자네."

 "나는 어때?"

 "어쩌면 너 보러 왔나?"

 "꺄악-!"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 녀석들에게서 슬금슬금 멀어졌다. 어제 읽다 만 김전일이 슬슬 생각났다. 하지만 지원이가 내 팔을 와락 붙잡는 바람에 집에 가서 독서에 매진하겠다는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너도 보고 싶지!"

 "난 별로-"

 "가자!"

 


 나는 교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 날, 남자애들은 괜히 침을 뱉고 지나갔고, 여자애들은 왁자지껄 몰려들었다. 대체 얼마나 잘난 녀석이길래. 나는 얼굴이나 한 번 보자는 생각으로 까치발을 세웠다. 이리저리 밀리며 힐끗 보았던 녀석의 얼굴은... 주먹만 했다. 희영이 못지않은 새하얀 피부에, 부리부리한 눈매...

 "잘 생기긴 했네."

"그렇지?"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좀 앉아있고 싶었지만 마땅한 벤치 같은 게 없었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갔고,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졌다. 소나기가 오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저 교문 앞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좀처럼 확신이 들지 않았다. 지원과 있었던 일을 자초지종 다 고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다시 들어가서 지금이라도 말할까?

 괜히 나 때문에, 지원이 입장이 더 곤란해지는 것은 아닐까.

 나는 우뚝 멈춰 섰다.

 "선생님."

 아니야, 내가 지나치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어차피 지금 경찰은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지 않잖아?

 "선생님."

 그래. 맞아. 진정하자. 진정해. 여기서 방황하지 말고, 일단 비를 피하-

 "정민지 선생님."

 나는 고개를 휙 돌렸다. 저쪽 먼 발치에, 어떤 아저씨가 서 있었다. 나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저요?"

 "예."

 되게 침착하고 차분한 대답이었다. 나는 눈가를 슬쩍 훔치고 아저씨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어딘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키도 엄청 컸다. 거의 백 구십 센티미터에 육박할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제가 왜 선생님이에요?"

 하고 물었다. 그러나 아저씨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문서답을 했다.

 "선생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

 미제(未濟) 사건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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