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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未濟) 사건

 - 2화



 가뜩이나 뒤숭숭한 분위기인데, 어쩌면 이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온갖 말들이 튀어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하루 종일 충격에 빠져 있었고, 수업이 귀에 들어올 리도 없었다. 그래서 경찰의 명찰을 목에 걸고 있는 어떤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을 때 나는 그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협... ...수 있겠니?”


 “...네?”


 내가 멍 때리고 있다가 화들짝 반문하자 그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사 협조를 좀 해 줄 수 있겠니?”


 하고 다시 물었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다 하교하고, 빈 교실에서, 아저씨와 나는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았다. 제복을 입은 두 분의 경찰 아저씨가 문 밖에서 지키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교실에는 우리 둘 밖에 없었다. 나는 괜히 긴장이 되어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저씨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아, 날씨 참 덥다. 그지?”


 하고는 씩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미소를 띄며,


 “나는 이번 사건 수사본부장을 맡은 이수철 경위라고 해. 잘 부탁해.”


 하고 한 번 더 웃었다.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저씨가 녹음기 같은 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자 나는 다시 긴장했다. 아저씨는 괜찮다는 듯이 나에게 손바닥을 들어보이고는,


 “더운데 공부하기 힘들지?”


 “아, 네...”


 따뜻한 음색이었다. 그리고... 능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혹시 사건 당일, 그러니까 박지원 학생을 마지막으로 본 날에, 박지원 학생에게서 수상한 점은 없었니?”


 “수상...?”


 “어... 수상하다고 하면 의미가 약간 이상하구나. 그러니까, 뭔가 힌트가 될 만한 것이라고 이해해 주렴.”


 “아... 네.”


 “사실 통계적으로 보면... 실종 신고 중 99%는 단순 가출자로 판명돼. 실종 사건에 얼마나 많은 경찰력이 동원되는지 알고 있니? 그 지역의 치안에 구멍이 뚫릴 정도야.”


 “지원이는 가출한 게 아니에요!”


 나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의자가 우당탕하며 넘어졌다. 나는 이를 악물며 아저씨를 노려보았다. 아저씨는 다시 한 번 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진정해. 우리도 지원이를 걱정하는 마음은 똑같아.”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우리도 박지원 학생 찾고 싶지. 무척 찾고 싶단다.”


 나는 잠깐 움찔했으나 다시 한 번 더 소리쳤다.


 “그럼 빨리 수사하셔야죠!”


 “그래.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렴. 박지원 학생이 그저 단순 가출한 것이어야, 너도 마음 편하지 않겠어?”


 “그게 무슨...!”


 나는 말을 멈췄다.

 왜 그랬을까.  

 아저씨는 지원이의 생활기록부를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이름 박지원. 고등학교 1학년. 내성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해 보임. 음악을 좋아해서, 인터넷 메신저, ‘버디버디’에서 음악 방송을 한다고 함.”


 나는 아저씨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빛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은 분명했다. 아저씨는 이어 어떤 종이를 펼쳐 읽었다.


 “이웃들에게도 친절하고 싹싹한 성격이라는 증언. 그러나 얼마 전부터 어떤 중년 남자와 단 둘이 있는 장면이 다수 포착...”


 뭐라고?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아까 반 아이들이 수군대던 말들이었다. 지원이가... 그럴 리가 없...


 민지야.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 있어?
 ...아니.
 그렇구나...
 너는?
 글쎄...
 뭐야. 싱겁게.
 있지... 민지야, ‘사랑’이란 뭘까?
 ...관심 없어. 그런 거.
 아- 궁금하다.

 
 “뭐 짚이는 게 있어?”


 아저씨가 되물었다. 그리고 내 눈은 스르륵 감기고 있었다. 설마... 그게, 그거였나? 이런 거 말해도 되는 걸까? 이걸 말하는 게 지원이한테 도움이 되는 걸까? 큰일 났다. 아무 것도 모르겠어. 머리가 한계에 달한 느낌이야. 혼란 속에서 입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그래. 뭐라도 좋아.”

그 때, 나는 아저씨의 상반신이 약간, 내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보았다. 아주... 약간.

 나는 말을 내뱉었다.

 “...집에 갈게요.”

 

 

 

 

 

 -

 미제(未濟) 사건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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