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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

 

 

 

 "B, 이것 좀 봐 줘."

 

 공연영상학과 사무실, I는 B를 부르며 모니터 화면을 가리켰다. 워드 프로세서 창에는 I가 쓴 대자보 초고가 적혀 있었다. B가 I의 곁으로 다가와 화면을 흘깃 보고 물었다.

 

 "104호 문제에 대해 대자보 쓰려고?"

 

 "맞아."

 

 B는 I의 옆에 앉아 글을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여기, 이 문장이랑 이 문장은 순서를 바꾸는 게 어떨까...? 그리고... '우리는 104호의 운영에 있어서 추호도 독점적으로 행동한 일례가 없다.' 는 문장에서 '추호도'는 빼자. 그러면 더 간결해져. 그리고... 음..."

 

 "...B."

 

 "응?"

 

 B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가,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고 I를 바라보았다. I는 B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I의 그 큰 눈에, 눈물이 약간 고여 있었다. 응? 무슨 일이지? B는 덜컥 겁을 먹은 채 물었다.

 

 "왜, 왜 그래...?"

 

 "......"

 

 I는 대답하지 않고, 다만 몸을 조금 움찔거렸다. B는 더욱 긴장했다. I는 자신의 오른손을 슬며시 들어, B의 어깨 부근을 살포시 잡았다. 그러고는 B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었다.

 

 "......"

 

 아주 잠시, 그러고 있었다. B는 그저 자신의 어깨를 빌려주었다. I는 곧 툭툭 털고 일어나며,

 

 "아. 이제 일하러 가야겠다."

 

 하고,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티슈로 눈가를 슬쩍 닦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B는 그런 I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 그럼, 마피아 지목을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가 갑자기 외쳤고 B는 현실로 돌아왔다. 눈 앞에서 손가락들이 서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세어보니 네 개의 손가락이 I를 가리키고 있었다. B는 주저주저하며, I를 가리켰다.

 

 "자, I, 최후 변론을 시작하시죠."

 

 약간 들떴다... J는 사회자의 말투가 이 순간 약간 들떠있다고 생각했다. I는 자신을 가리킨 손가락들을 바라보며 표정 하나도 변하지 않고,

 

 "뭐, 저의 최후 변론은 아까 E가 말한 논리와 같습니다. 제가 무고한 인민이면 인민 측에게 치명타라는 것이지요."

 

 "그래도 재판을 해 보자."

 

 I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B가 말했다. I는 깜짝 놀라 움찔하며 B를 바라보았다. J는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B를 바라보았다. B는 I를 보며,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궁금해졌어. 왜 '사회자'가 너를 마피아로 설정했는지. 그 실마리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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