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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

 

 

 

 "그게 무슨 소리야?"

 

 D는 깜짝 놀라 '그'에게 외쳤다. '그'는 그런 D를 그저 응시하며,

 

 "104호는 이제 곧 총학생회 소유로 넘어가게 될 거야. 총학에서 시설을 관리하고, 대관을 주재하지."

 

 "왜? 그럼 우리는 어쩌라고..."

 

 "야. 104호가 니네 거야? 애초에 공공 시설 아냐?"

 

 D는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말한다면 할 말 없다. 하지만 공연영상학과는 104호를 소유, 관리하는 중에 자신들만의 독단을 내세운 적이 없었다. 수업권을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타 학과 및 동아리의 공연을 '무조건적으로' 승인했는데, 이는 104호가 '공공 시설'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공연영상학과가 주장하는 권리는 자신들의 '수업권' 뿐이었다.

 

 D는 이를 악물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분하지만, 머리를 굴려야 한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어지간히 골초네. D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빛을 부리부리하게 빛내다가, 말했다.

 

 "우리가 '취업율'을 깎아먹기 때문이군?"

 

 '그'는 담배를 입에서 떨어뜨릴 뻔했다. 하지만 금세 침착함을 되찾고,

 

 "그건 너희들의 피해망상..."

 

 말을 채 맺기도 전에, D는 휙 돌아섰다. 그리고 104호로 달려갔다.

 

 104호의 컨트롤 룸에 들어가서, D는 한참을 울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는 걸 싫어했다. 형과 말다툼을 하다가 주먹다짐으로 번질 즈음이면, 머리 끄덩이를 붙잡고 죽일 듯이 싸웠다. 지켜보던 어머니가 기가 질릴 정도였다. 배우를 꿈꾸며 고등학교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 무슨 고등학생이 저렇게 연기를 진지하게 하냐, 라는 지도 교사의 평이 나올 정도로 지독하게 연기했다. 

 

 대학에 가서 첫 연극 제작 수업에 임할 때, D는 어머니에게 의존적인 마마보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학생 배우들 수준이 다 그렇지, 뭐."

 

 "그 '아들' 역할 한 배우가 누구지? 좀 오바하는 것 같지 않아?"

 

 어쩌다가 귀엣결에 들은 말에 D는 상처를 받았다. 

 

 지기 싫어.

 

 D는 그 후로도 지독하게 연기에 매달렸다. 다들 혀를 내둘렀다. "쟤는 배우로서 대성할 거야.", "하여튼 열정 하나는 못 말려." "성실해." 등의 말을 들으면 내심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안 좋은 말도 우연찮게 들을 수 있었다. 한 번은 공연을 끝내고 발코니에 담배를 피우러 갔다가, 동기들이 자신의 뒷담화를 하는 얘기를 들었다.

 

 "지만 잘났어."

 

 "......"

 

 D는 그날부로 담배를 끊었다.

 

 104호의 컨트롤 룸에서 한창 울다가, 조금 진정이 된 D는 조명 콘솔을 바라보았다. 그저 바라만 보았다. 저 스위치와 페달이 무대의 조명을 조정한다. 나에게 은은한 조명을 씌우고, 번쩍거리는 사이키 조명을 띄우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지금까지 연극을 만들면서 한 번도 스태프였던 적은 없다. 스태프의 처지라든가, 마음을 이해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내 녀석이 질질 짜기나 하고."

 

 생각에 잠겨 있던 D에게 장난스러운 말을 건넨 것은 F였다. 옆에는 I도 있었다. D는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F는 싱긋 웃으며, 

 

 "왜, 누가 또 악플이라도 달았어?"

 

 하고 물었다. D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F가 말을 이었다.

 

 "신경 쓰지 마. 사람이란 원래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게 되어 있어. 그래서 계속 신경쓰이는 거야. 그런데 왜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 걸까?"

 

 위로조로 시작된 말은 약간 이상하게 끝났다. 옆에서 I가 말했다.

 

 "그게 '나쁜 남자/여자'의 전략이야. 자신들의 모자라고 게으른 부분을 은폐하기 위해. 자기보다 잘난 사람이 자기에게 집중하게 하기 위해.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를 '안일한 우월성 추구'라고 해."

 

 "안일한 우월성 추구라... 헤헷. 생각해 보면 나도 고딩 때 그랬던 것 같다. 일부러 나쁜 짓 하고 다니고..."

 

 "주목받기 위해서지."

 

 그녀들은 D를 앞에 두고 자기들끼리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D는 그저 싱긋 웃으며 그녀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진정이 된다... 라고 생각했다가, D는 문득 깨달았다.

 

 그래, 이 친구들이 있잖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자.

 

 D는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I가 F와 대화하다가 한 말 하나가, D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104호는 뺏길 수 없어. 나는 과대표로서 절대 묵과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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