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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

 

 

 

 모두는 다시 둥그렇게 앉았다. 각자 수다를 떨며 생각을 정리한 모양이었다. F는 J의 표정을 살폈다. J의 눈빛에는 사뭇 진지함이 감돌고 있었다. 아니, 저렇게 열중할 일이야? F는 속으로 웃었다. 그리고 이번엔 옆에 앉은 G의 눈치를 살폈다. G는 특유의 순박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자, 그럼, 여러분, 모두들 이제 누가 마피아인지 알겠나요? 첫 번째 재판을 진행할까요?"

 

 사회자가 말했다. 모두는 잠깐 멈칫했다. 그리고 찰나의 정적을 깬 것은 H였다.

 

 "그럼 우리, I를 재판대에 올려봅시다."

 

 J는 깜짝 놀라 H를 바라보았다. H의 태도는 시원시원했다. 처음에는 B를 향해 "너 마피아지!"하고 외치더니, 이제는 I를 의심한다. C가 물었다.

 

 "왜 I가 마피아라고 생각하지?"

 

 H는 대답했다.

 

 "I는 '-하는 척'의 달인이니까."

 

 미세했지만, I는 움찔했다. 그리고 B가 자신의 스커트를 만지작거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C가 다시 말했다.

 

 "무고한 인민을 변호하는 척하며, 자신이 마피아인 것을 숨겼다?"

 

 "어. '모든 삶은 연기다.' 그것이 I의 연기 지론이야. 다들 I의 미묘하게 과장된 언행을 통해 그것을 느낄 수 있지? I는 지금도 이 순간을 영화를 촬영하는 정도로 생각할 걸. 그렇지, I?"

 

 I의 표정은 다시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J는 그런 I를 흘깃 바라보다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좌중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끌렸다. H의 시원스런 태도에 좌중이 압도당했어.

 

 J의 입이 스르르 열렸다.

 

 "만약 I가 마피아라면, 사회자가 I를 마피아로 설정한 의도가 뭘까요?"

 

 이런.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아무 말이나 해 버린 것 같아. "그냥 무작위로 설정한 것 아냐?" D가 대답했다. "J, 생각이 너무 과도한 것 아닐까...?" F가 물었다. J는 입술을 깨물었다. 뱉은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경우에는, 가벼운 망신을 당하는 것이다.

 

 그때, J의 눈에, B가 스커트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멈추는 것이 보였다.

 

 J는 B를 바라보았다. B의 눈에서 불안함이 가시고, 눈동자가 평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왜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말이 뭔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J는 조금 진정이 되는 것을 느꼈다.

 

 침착해. 이 게임의 목표는 누가 마피아인지 밝혀내는 것...

 

 잠깐만... 그런데 말야,

 게임을 하는 이유는 단지 그것뿐인가?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무언가 바라는 게 있나

 

 J는, 대답했다.

 

 "저도 I가 마피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I를 재판대에 올려보아요. 그러면 그 이후의 실마리도 풀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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