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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

 

 

 

 어느 가을, E는 캠퍼스 안에 있는 잔디밭에 누워 있었다.

 

 잠자리 한 마리가 E의 무릎 위에 앉았다. E는 실눈을 뜬 채 녀석을 가만 바라보았다. 잠자리는 E의 무릎 위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지친 날개를 쉬게 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래, 잠시라도 쉬어 가라. E는 그렇게 생각하며 꼬고 있는 다리를 풀지 않았다.

 

 잠자리의 날개를 쉬게 하려다 자신의 다리가 저려올 무렵, 저 멀리, 특유의 커트머리를 한 여학생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E는 누워서 다리를 꼬고 있는 자세에서 상체만 들어,

 

 "J, 어디 가!"

 

 하고 외쳤다. J도 E를 발견하고는, 후다닥 달려왔다. 

 

 "E, 또 캠퍼스의- 허억, 헉, 낭만을 즐기나?"

 

 J는 숨을 몰아쉬며 E에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J의 등장에 잠자리는 후다닥 날아갔다. E는 웃으며,

 

 "사실은 돈이 없어서... 밥을 사 먹을 돈이 없거든. 그래서 여기서 시간 때우고 있었어."

 

 "어이구, 굶고 다니면 안 돼."

 

 하더니 J는 자신의 가방을 뒤적였다. 그리고 빵 하나를 E에게 건네며,

 

 "이건 내 비상 식량인데 특별히 하사한다."

 

 E는 감사히 받았다. 그리고 허기진 속에 빵을 바로 우겨넣으며 말했다.

 

 "음, 도아리에어 낭이지? (음, 동아리에서 난리지)?"

 

 J는 골치 아픈 일이라는 듯 머리를 세차게 긁적이며,

 

 "어. 동아리 내 공영(공연영상학과) 애들은 결사 반대지만, 타 학과 애들은 은근히 찬성하는 분위기야. 덕분에 분위기가 싸해졌어. 동아리장으로서 정말 면목이 없다."

 

 "그렇군."

 

 "그런데 소문 참 빠르네. 너는 정모도 안 나오면서 어떻게 아냐?"

 

 "원래 밖에서 보면 더 잘 보여."

 

 그렇군. J는 턱에 손을 짚고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말했다.

 

 "다음 동아리장은..."

 

 "할 사람이 없지?"

 

 "네가 해라."

 

 "응?"

 

 "네가 딱이야."

 

 "어딜 보고?"

 

 "리더의 자질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숨어 있어도 눈에 띄기 마련이야."

 

 "내가 그렇다?"

 

 "그렇지."

 

 "리더란 뭐지?"

 

 "리더란... 책임을 위해 자신의 권리를 희생시킬 줄 아는 사람."

 

 "......"

 

 "사심(私心)이 없는 사람."

 

 "그럴 듯 하네."

 

 "네가 해."

 

 "내가 한다고 내가 하냐? 투표를 해야지."

 

 "내가 선거 운동 해 줄게."

 

 E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J는 "그럼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 라고 말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손인사하고 잔디밭을 걸어나갔다. E는 J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특유의 막무가내, 특유의 두뇌 회전.

 

 하지만 저 좋은 머리 때문에 화를 입는 날도 올 것이다...

 

 "마피아들에 의해 희생된 두 번째 인민은..."

 

 사회자는 좌중에게 외치고 있었지만 시선은 J를 향하고 있었다. 사회자는 웃었다. 

 

 "...J입니다!" [현재, 인민 5 : 마피아 2]

 

 순간, 조용한 동요가 일렁였다. 그리고 사회자는 그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자. 세 번째 낮이 밝았습니다. 모두 고개를 들어주세요."

 

 모두는 고개를 들었다. J는 쓸쓸히 퇴장하다가, 문득 E를 바라보았다. E도 J의 눈을 바라보았다. J는 싱긋, 눈웃음을 지었고, E는 엷게 웃었다.

 

 모쪼록 좋은 교훈이 됐길 바란다. 이건 단지 게임일 뿐이지만.

 

 살아남으려면, 조금 더 전략적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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