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게임 (The Mafia Game) - 4화

 

 

 

- 4화 -

 

 

 

 F는 학생회관 2층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가고 시작된 새 학기. 만물이 생명을 틔우며 꿈틀거렸다. 따스한 봄 햇살이 F의 염색 머리 위로 내려, 더욱 노랗게 보이게 했다. F는 싱긋싱긋 웃으며 그 온기를 즐기고 있었다.

 

 "야. 박 교수님 수업 드랍했어?"

 

 발코니의 문을 열고 들어 온 '그'는, F에게 그렇게 말하며 자신도 담배를 입에 물었다. F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고, F의 짧은 치마 아래에 슬쩍 눈길을 주었다. F는 그 시선을 알았지만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발코니에 팔을 기대며,

 

 "아. 날씨 좋네."

 

 그리고 눈길은 하늘로 향했다. F는 이번에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번엔 시선을 발코니 아래로 향했다. 새 학기, 봄, 벌써 커플들이 새로 탄생했는지 어쩐지는 몰라도 몇몇 씨씨들이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며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는 "아. 팔자 좋네." 하고 툴툴거리며 그들을 바라보다가,

 

 "박 교수님이 너 찾어."

 

 하고, 툭 던지듯이 말했다. F는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다만, 담배를 들고 있는 손이 살짝 떨렸다. 이런, 녀석이 눈치채면 어쩌지. F는 얼른 담배를 입에 물고 손을 치마 뒤쪽으로 숨기며,

 

 "안 가겠다고 전해 드려."

 

 하고 차갑게 말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F를 바라보았다. F는 그 시선을 마주 응시했다. 그러다가 시야의 곁자리에, 저 발코니 아래쪽으로 G가 그 특유의 우직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게 보였다. F는 손을 흔들며 외쳤다.

 

 "G! 어디 가?"

 

 G는 F쪽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그저 마주 손을 흔들 뿐이었다. F는 한 번 더, 더 큰 동작으로 손을 흔들었다. G는 남자답게 씨익, 웃은 다음, 다시 갈 길을 갔다. F는 그 뒷모습을 잠시 보았다.  

 

 '더러운 년...'

 

 F는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아니다.

 나는 '더러운 년'이 아니다. 

 단지 나는... 나는...

 

 "F! 뭐 해! 무슨 생각해?"

 

 G가 F를 향해 외쳤다. 그제야 F는 현실로 돌아왔다. 아, 맞다, 우리 마피아 게임 하고 있었지. F는 자신의 무릎 담요를 허리까지 끌어올리며,

 

 "어, 어, 미안해, 놓쳤어. 어디까지 얘기했어?"

 

 하고 사과했다. J가 모두를 대신해 이야기했다.

 

 "각자 누가 마피아라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나누고 있었어."

 

 "아하?"

 

 하고 F는 알 듯 모를 듯한 감탄사를 내뱉었다가, 갑자기 꺄르르, 하고 웃은 다음, 자신의 왼편에 있는 종이컵을 들어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나는 잘 모르겠는걸? 누군지 감도 안 와."

 

 하고 솔직히 말했다.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I는 F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F는 마피아가 아닐 거라는 거야. 얘는 만약에 마피아면 확 티 날 걸."

 

 "으헤헤헤!"

 

 F는 유쾌하게 웃었다. I는 빙긋 웃었다. G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D는 입을 앙다물었다. J는 눈만 꿈뻑거렸다. C가 말했다.

 

 "J, 아까 마피아 지목할 때 말야."

 

 "?"

 

 J는 C를 바라보았다. C는 머리를 긁적이며,

 

 "왜 I를 지목했어?"

 

 하고 물었다. J는 다시 한 번 눈만 꿈뻑거렸다. I는 '오'하고 입술을 오므리며 J를 바라보았다. J는 둘의 시선을 느끼고는, 자신의 커트머리를 긁적이며,

 

 "내가 그랬어? 난 그냥 아무나 찍은 건데?"

 

 "그런 거야?"

 

 "응. 제일 예쁜 애 찍은 거야."

 

 "뭐야. J, 너 레즈야?"

 

 "이게 무슨 사랑의 짝대기야?"

 

 "푸하하하!"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J는 헤헤헤, 하고 웃었다. 내가 그랬어? 내가 I를 지목했어? J는 헤헤 웃으며, 앞에 놓인 과자를 하나 집어 들어 입에 던져넣었다.

 

 뭐, 현재로선 확률이 제일 높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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