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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

 

 

 

 "야. 연극배우는 배고픈 직업이야. 왜 그걸 하려고 해."

 

 친구가 E에게 말했다. E는 술을 들이키며,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으니까."

 

 하고, 늘 해오던 대답을 반복했다. 수백만 번은 했던 대답이었다. E의 부모님도, 친척 형들도, 친구들도 말렸다. 하지만 E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다른 친구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래, 그렇게 선배들도 고집 피우다가, 나중에는 뭐하는 지 알아? 직장 들어 가서 영업 뛰어."

 

 "...시발. 니들이 그러고도 친구냐."

 

 E는 쓰게 웃으며, 잔에 다시 술을 채웠다. 핑핑 돌아가는 머리를 쥐어싸고, E는 맑은 술잔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알고 있다. 이들은 사실 나를 부러워한다는 걸. 왜 직장에 들어가려 하나. 진부한 대답이지만,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솔찬히 나오는 연봉과 보너스, 각종 수당, 4대 보험, 경조사 지원금, 직원 여행 등, 혜택은 두둑하다. 

 

 그리고 자신의 젊음을 저당잡힌다. 

 

 연극배우는 배고픈 직업? 각오했다. 편의점 알바를 뛰어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 것이다. 그래, 그래도 '성공'하면 남부럽지 않은 대박이 나는 거지? 아니, 나는 '대박'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내 삶이 살아 숨쉬길 원한다.

 

 "E가 지목당했습니다!"

 

 사회자가 외쳤고, E는 퍼뜩, 현실로 돌아왔다. E는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들을 바라보았다. 두 번째 낮, 인민 측은 최초의 처형 대상으로 E를 지목한 것이다. 왜, 왜 내가? E는 당황했다. 나는 존재감 없이 그저 생각에만 잠기고 있었는데- 아니, 그것 때문인가?

 

 "E가 최후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한 말씀 하시죠!"

 

 사회자는 빈 맥주 병에 숟가락을 꽂아 E에게 건네었다. 마이크 삼으라는 것이다. E는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최후 변론이란 걸 해야 한다. 보통은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E는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대고, 

 

 "어... 최후 변론을 하기에 앞서- 왜 저를 지목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모두는 입을 다물었다. 이때 E의 머리는 명석하게 돌아갔다. E는 자신을 지목하지 않은 유이한 두 인간, I와 J를 흘깃 바라보았다. I는 왜 나를 지목하지 않았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얼마 전, 혹시 I가 나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시그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인가? 그렇다 치고, 그러면 J는 왜 나를 지목하지 않았을까.

 

 J는 마피아를 지목한 것이다.

 

 그렇게 결론이 섰다. J는 자신의 추리로, 가장 마피아일 '확률'이 높은 인간을 지목했다. 어쨌든 나는 아닌 것이다. 아까, J가 지목한 인간이... 누구였더라? 

 

 E는 갑자기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유 같은 건 없어. 그냥 한 명 빨리 보내버려야 실마리가 풀리거든. 그래서 지목한 거야."

 

 D가 음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E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여러분. 만약 제가 인민이면, 여러분은 귀중한 인민 하나를 희생시키는 셈이 됩니다. 그러면 스코어는 오 대 삼 (인민 5 : 마피아 3). 그 다음 밤에 마피아가 인민 하나를 더 죽이면, 스코어는 4대 3이 됩니다. 그 후로 한 명만 더 죽으면 인민의 패배입니다."

 

 좌중이 일순 술렁였다. E의 논리는 간단했지만, 무엇보다 침착한 태도가 그 논리에 진정성을 더한 것 같았다. "말은 다 그렇게 하지..." 하고 G는 툴툴거렸다. 하지만 E는 잡은 기세를 놓치지 않았다.

 

 "성급하게 저를 보내버리기 전에, 조금 더 진중한 논쟁을 할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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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토요일에 연재한다고 했었는데, 심심해서 안 되겠습니다 ㅎㅎ

 일주일에 두 번씩 찾아오는 <마피아 게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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