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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편의상, 이번 마피아 게임에 참가했던 열 명의 사람들을 A, B, C, D, E, F, G, H, I, J 로 부르도록 한다. 또한 한 명의 사회자가 있으며, 그 주위에는 수많은 관객들이 있을 수도, 또는 무관중일 수도 있다.

 

 이 마피아 게임은 어느 대학의 연극부 엠티 장소에서 개최되었다. 어느 곳 어느 엠티에서든, 마피아 게임은 단체전의 단골 소재다. 이번 게임도 그러했다... 그러나 이 게임이 뜻밖의 파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마피아를 지목하겠습니다. 모두 고개를 숙여주세요."

 

 사회자가 말했고, 동그랗게 둘러앉은 열 명의 참가자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손으로 치기 시작했다. 두구두구두구, 하는 요란한 소리가 펜션 가득히 울려퍼졌다. 이는 사회자의 발소리를 듣고 마피아가 누군지 예측할 수 있는 위험을 현저히 줄여주는 방법이다.

 

 "지목이 끝났습니다. 모두 고개를 들어주세요."

 

 모두는 고개를 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 조용하고도 진중한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쟤 표정이 이상해, 마피아일까? 어머, F의 표정을 봐, 너무 태연한 척 하는 것 같아. 앗, B는 지금 내 시선을 회피하고 있어.

 

 '우리 편'은 누구이고, '적'은 누구일까?

 

 "만약 모든 마피아가 죽으면 인민 측의 승리입니다. 반대로 마피아의 수와 인민의 수가 같아지면 마피아 측의 승리입니다. 자, 첫 번째 낮이 밝았습니다!"

 

 "너 마피아지!"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H가 외쳤다. 지목을 받은 B는 깜짝 놀라 눈만 꿈뻑거렸다. 그리고, 급기야 B는 눈물을 글썽이며,

 

 "왜, 왜, 무슨 근거로...?"

 

 하고 말을 맺지 못했다. "아으, 야, H! 너 왜 갑자기 오바야?" "애 울잖아!" 등등의, 야유 어린 질타가 H를 향해 쏟아졌다. H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 그냥 찍어본 건데... 울 것까진 없잖아."

 

 "엄마..."

 

 B는 무릎을 가슴 앞에 모은 자세로 다시 훌쩍거렸고, H는 사과했다. 그리고 A가 말했다.

 

 "난 지금 H 네가 더 수상해."

 

 "......"

 

 "자기가 마피아니까 일부러 오바하는 거지."

 

 지목을 받은 H는 웃었다. 경쾌한 웃음이었다. H는 유들유들하게 대답했다.

 

 "원래 마피아 게임은 이래야 재밌는 거야. 나는 그저 재미를 위해서..."

 

 "말은 다 그렇게 하지."

 

 A는 싱긋 웃으며, H를 향해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었다. H는 눈쌀을 찡그리며 A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리고 J는 그 둘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기에 설마 사심(私心)이 개입되어 있지는 않겠지...

 

 J는 사회자를 몰래 훔쳐보았다. 사회자는 팔짱을 낀 채 무리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J는 이번엔 왜 자신이 그런 의심을 하는지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며칠 전에 있었던 일에 기인한다. J가 기숙사 바깥으로 산책나왔던 저녁, J는 남자 기숙사 옆쪽 후미진 곳에서 혼자 쭈그리고 앉아 뭔가를 하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뭐 해?"

 

 J가 물었을 때, 그는 J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불 태우고 있어."

 

 "뭐를?"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불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편지 묶음이 활활 타고 있었다. J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것이 누가 보낸 편지인지 예측이 가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일을 회상하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 온 J는, 이번엔 I의 안색을 살폈다. I는 예의 그 차분한 표정 그대로였다. 머리 좋고, 연기 잘 하고, 예쁘고, 성적도 좋다. 어떤 남자든 한 번쯤은 꿈꿔볼 만한 이상형. 하지만 의외로 차가운 성격.

 

 얼마 전에, 그녀는 사회자 녀석과 헤어졌다.

 

 "야, 뷰포인트(View Point)로 보지 마!"

 

 C가 갑자기 J에게 말했다. J는 퍼뜩 생각을 멈추고, C를 바라보았다. C는 능청스러운 말투로, "야, 연기 공부한 걸 여기다 써 먹냐! 크크." 하고 J에게 핀잔을 주었다. J는 머리를 긁으며 헤헤 웃었다.

 

 J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꽤 오랜 설왕설래가 오갔다. 하지만 별무 소득이 없었고, 서로를 향한 의심과 상처(?)만 쌓여갔다. 사회자는 그런 그들을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다가, 이젠 개입해야 할 때라고 느꼈는지, 말을 꺼냈다.

 

 "자, 밤이 왔습니다. 모두 고개를 숙여주세요."

 

 일동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사회자는 그런 일동을 확인하고, 낮게 말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

 3월 20일 금요일, <마피아 게임>의 첫 발을 떼었습니다.

 <마피아 게임>은 매주 토요일에 연재할 예정입니다.

 근데 진짜 마피아는 누구일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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