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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

 

 

 

 "두 번째 낮이 밝았습니다. 인민 측의 첫 번째 희생자는..."

 

 좌중은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누가? 사회자는 그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미소를 띄우며,

 

 "마피아들에 의해 희생된 첫 번째 희생자는, A 입니다!"  [현재, 인민 6 : 마피아 3]

 

 하고 사회자는, 마치 세례를 주듯이 A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A는 억울한 듯 말했다.

 

 "왜, 왜 나야? 내가 뭘 했다고... 읍읍!"

 

 "여러분.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사회자가 A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말했고, A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그가 물러나기가 무섭게, D가 말했다.

 

 "A가 H를 의심했었지. 그리고 바로 아웃당하는군."

 

 신빙성 있는 추리였다. 모두는 H를 바라보았다. H는 놀란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다가, 이윽고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D는 낮은 목소리로, 그리고 승부욕 강한 그답게 약간의 비웃음을 섞어서 말했다.

 

 "마피아들이 생각보다 머리가 안 좋은가 봐. 이렇게 막바로 의심 받을 짓을 하고."

 

 D는 자신의 추리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울까?"

 

 "뭐?"

 

 I가 D의 의견에 제동을 걸었고, D는 약간 기분이 상한 듯한 눈초리로 I를 바라보았다. I는 긴 생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예의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고한 H를 보내기 위한 함정일 수 있단 얘기야."

 

 H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I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에이, 설마. 마피아들이 그렇게 머리가 좋을라고?" D와 친한 친구인 G는 그렇게 중얼거렸고, "깔깔깔, 아, 재미져!" 하고 F는 볼을 발그레 붉히며 웃었다. 그리고 J는 F가 웃으며 옆에 앉은 G의 굵은 허벅지를 찰싹찰싹 치는 모습을 보았다.

 

 저게, 여우 짓을 하네.

 

 J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엔 H를 보았다. H는 그저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H는 B를 곁눈질하고 있었다. H는 여전히 B를 의심하고 있다- J는 B의 안색을 살폈다. B는 여전히 무릎을 가슴 앞으로 모은 채, 긴 스커트를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얼마 전, 학교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J는 B가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J는 식판에 밥을 받으면서, B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B는 밥을 거의 다 먹었기 때문에, J가 밥을 다 받았을 무렵에는 슬슬 일어나고 있었다. J는 아쉬워하면서 곧 자리를 잡고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한창 밥에 열중하고 있는데, 퇴식구 근처에서 B가 서성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뭐하는 거지?

 

 B는 공연영상학과 사무실에서 내건 대자보를 읽고 있었다. 저 대자보는 얼마 전 있었던 공연 극장 소유권 문제 - 일명 104호 문제 - 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대자보였다. 104호란 학생 회관 강의실 104호를 가리키는 말로, 교내에 있는 유일한 공연 극장이다. 104호의 소유 주체는 공연영상학과로 되어 있지만 얼마 전 총학생회에서 104호를 모든 학과의 공동 소유로 하자는 안건을 제출했다.

 

 '104호는 우리의 소중한 교육 터전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공연영상학과의 인프라를 빼앗지 말라.' - 공연영상학과

 

 공연영상학과가 총학생회의 안건에 반발하는 이유는, 104호가 모든 학과의 공동 소유가 될 경우 공연영상학과가 진행하는 전공 수업 공연을 올릴 때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학과나 동아리가 진행하는 공연이나 행사가 부수적인 것이라면 공연영상학과의 공연은 그 자체로 교육의 일환이다. 비싼 등록금의 본질인 것이다.

 

 "?"

 

 J는 의아했다. B가 그 대자보를 읽으며 슬쩍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었다. 공연영상학과의 학생으로서 누구나 그 대자보를 읽으며 분개할 터, 하지만 B는 그저 웃고 있었다. J는 눈을 꿈뻑거리며 밥을 떠넣었다.

 

 그리고 지금, J는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했다.

 

 현재 우리 연극 동아리에는 공연영상학과 학생들도 있지만 타 학과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D는 기계제어공학과 소속이고, 일찍 퇴장한 A는 상담사회심리학과 소속이다. 그리고...

 

 J는 사회자를 바라보았다. 사회자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좌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회자는 흘깃, J를 바라보았다. J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하지만 J는 머릿속에서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고 있었다.

 

 저 녀석은... 총학생회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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