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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

 

 

 

 "너희들 말대로, 난 이중인격일지도 몰라."

 

 E가 말했을 때, 좌중은 천천히 경악했다. F는, "그게 무슨 소리야?" 하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B 역시 눈만 꿈뻑꿈뻑할 뿐이었다. D는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쓰게 웃었다. 내가 맞았어.

 

 E는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언젠가부터, 고민이었어. 나의 문제에 대해서..."

 

 "......"

 

 "이를테면 이런 거 아닐까? ...직장에서는 최고의 커리어 우먼, 집에서는 자상하고 따스하고 살림을 완벽히 해 내는 엄마, 이 두 가지 역할에 동시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아가 갈라질 지도 모르지."

 

 "......"

 

 "다들 그런 경험 있잖아? 배역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감정이 가시지 않는..."

 

 "그래서 그걸 술로 달랬어?"

 

 B는 그렇게 말했고, D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 '가면'을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현대 사회, 어쩌면 우리는 모두 '배우'일지도 모른다. 현대인의 각종 마음의 질병- 망상, 컴플렉스, 열등감, 공포증, 이중 인격과 다중 인격...

 

 '배우'들은 현대인의 마음의 질병을 표현해 내는 직업에 다름 아니다.  

 

 D는 말했다.

 

 "E, 어떻게 하길 바래?"

 

 E는 여전히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글쎄. 어떻게 하면 좋을까?"

 

 "......"

 

 "나 이러다 알콜 중독 걸리는 거 아냐?"

 

 E는 익살스럽게 말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잠시 곰곰히 생각에 잠긴 E는, 대답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떻게?"

 

 "...나를 죽여."

 

 "...응?"

 

 "나를 처형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내가 인민인지, 마피아인지. 내가 정상인지, 이중인격인지."

 

 F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랬다가, 네가 마피아가 아니면, 스코어는 4:1, 이후 마피아에 의해 3:1이 돼. 너무 위험한 걸?"

 

 "그 대신 조건이 있어."

 

 E는 그렇게 말한 다음, 한 번 심호흡을 했다. 모두는 E를 바라보았다. E는 쓰게 웃으며,

 

 "나를 처형한 그 다음엔, 누가 남든, 반드시 저 녀석을 처형하도록 해."

 

 이번에 좌중을 덮친 경악은 빨랐다. F는 사색이 되었고, B는 스커트를 꽉 움켜쥐었다. C를 죽임으로써 나를 함정에 빠뜨렸겠다, 이 영악한 녀석아. 미안하지만, 나는 이중인격 따위가 아냐. 아까 내가 '난 이중인격일지도 몰라.'라고 말했을 때, 잠시 너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승리감의 표정... E는 말했다.

 

 "나는 최후로, G를 마피아로 지목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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