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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

 

 

 

 모든 것은 계획적이어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부자리를 개고 책상 앞에 앉는다. 성경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말씀을 암송하며 시간을 보낸다. 오늘도 하나님이 G와 함께 한다. G는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다.

 

 말씀 읽기를 끝낸 다음, 기숙사 지하 1층에 있는 헬스장으로 내려가 운동을 한다. 요즘은 근육 만들기에 열심이다. 탄탄한 어깨와 이두박근, 탱탱한 허벅지 근육... G는 문득 F를 떠올린다. F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 귀염상 얼굴에, 날씬한 몸매... G는 더욱 힘껏 바벨을 들어올린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한 다음, G는 1교시 수업을 위해 기숙사를 나선다. 모든 것은 계획적이어야 한다. 오늘은 1교시 수업 후, 카페에 들러서 과제를 조금 하다가, 일주일 전에 밥 약속을 한 친구와 밥을 먹고, 4교시 수업을 들은 다음, 동아리방에 들러 자료를 조금 찾고, 저녁에는 모임에 참석한다. 완벽해. 이대로면 평점 4.0 이상은 문제 없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한다. 

 

 G는 씩씩하게 걸었다. 오른쪽 위, 학생회관 발코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F였다. F는 담배를 피우며 나에게 뭐라고 외치고 있었는데, 주변 소음 때문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G는 그냥 F를 향해 씩 웃었다. 조금만 고개를 기울이면 F의 짧은 치마 아래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는 경건한 하나님의 사람이다. 

 

 학생회관을 지나쳐 조금 더 걷다가, G는 저도 모르게 눈쌀을 찌푸렸다.

 

 J였다. J가 지나가고 있었다. J도 G를 발견했다. J는 "여." 하고 손 인사했다. G는 애매하게 웃으며 "어." 하고 응답했다. 그리고 어색한 걸음걸이로 J를 지나쳤다.

 

 난 왜 저 녀석이 싫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G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리고는, 강의실로 들어섰다. 책상 앞에 앉아 성경책을 꺼내 책상 한 귀퉁이에 올려놓은 다음, 잠시 눈을 감고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다.

 

 눈을 떴을 때, '그'가 G의 눈 앞에 있었다.

 

 "기도 끝났어?"

 

 G는 고개를 끄덕이며,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음료수 먹을래?"

 

 '그'는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자고 손짓을 했다. G는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둘은 음료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고, 한적한 복도로 향했다. '그'는 벽에 한 쪽 어깨를 느긋하게 기대고는,

 

 "너희 동아리 말이야..."

 

 "우리 동아리?"

 

 "동아리장이 지금... J 맞지?"

 

 G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쌀을 찌푸렸다. 방금 털어버렸는데 또 생각이 난 것이다. 난 왜 그 녀석이 싫지? 그 녀석은... '방해 돼.' 뭔가 내 인생에 초를 칠 것만 같은...

 

 "J를 잠시 학교 밖으로 쫓아내야겠는데."

 

 '그'가 말했을 때 G는 음료수를 마시다가 사레가 들를 뻔했다. 무슨 소리야? G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약속하지."

 

 "......"

 

 "좋은 '사례'를 줄게." 

 

 G는 눈만 꿈뻑꿈뻑하다가 잠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각종 회사나 언론사와도 인맥이 닿아 있고, 집에 돈도 많다 하고, 친척 중에 금뱃지 단 사람도 있다던가? 이 녀석에게 잘 보여 나쁠 건 없다.

 

 하나님이 나에게 복을 주시는구나.

 

 

 

 E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눈 앞의 맥주를 들이켰다.

 

 이 '마피아 게임' 이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받는 의심. 첫 번째는 어찌어찌 잘 넘겼지만, 이번에 받는 의심은 껄끄럽다.  E는 D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이중인격이라고? 네가 그렇게 말한 덕분에 나도 잠깐 헷갈렸다. 하지만 이중인격이라니, 말이 너무 심했어. 이 승부욕 강한 친구야. 그냥 감수성이 풍부한 거라고 해 줘.

 

 막걸리가 유난히 맛있었던 그 날 밤-

 

 E는 쓰게 웃으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가, 아까 I가 말했을 때를 떠올렸다.

 

 'C는 연기를 못하니까.'

 

 '야. 존나 팩폭 아니냐?'

 

 ...누구지? '야. 존나 팩폭 아니냐?'라고 말한 녀석이 누구였지? E는 눈을 감았다. 이상한 말이다. 그때 차가운 말을 한 I를 질타하는 분위기였는데, 이 말은 그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아.

 

 E는 눈을 떴다. 그리고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를 눈 안에 담고, 다시 정면을 바라 본 E는, 이번엔 F를 바라보았다. 

 

 E는 잠시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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