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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

 

 

 

 "한통속? 그게 무슨 말이야?"

 

 B는 웃음을 감추고, 짐짓 모른체 하며 물었다. C는 B를 바라보았다. 사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C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쥐며 대답했다.

 

 "흔한, 패턴이지."

 

 "패턴?"

 

 C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빠르게 말했다.

 

 "개혁의 주체가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음?"

 

 B는 더 자세히 말해보라는 듯, C를 재촉했다. 모두가 C를 주목하고 있었다. 부담스러워. C는 이번엔 두 손을 다리 아래에 감추고, 

 

 "우리 학교의 슬로건은, '세상을 바꾸자' 잖아?"

 

 "...그래."

 

 "웃기지 않아? 정작 바뀌어야 할 사람들이..."

 

 "거기까지."

 

 불쑥 끼어든 건 사회자였다. 모두는 고개를 휙 돌려 사회자를 바라보았다. 사회자는, 모두를 내려다보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놀러온 겁니다. 지금 게임 중이잖아요?"

 

 "......"

 

 "갑자기 마피아와 제가 한통속이라느니, 이 게임에 무슨 저의가 있다느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이건 그저 게임일 뿐인데."

 

 "......"

 

 "우리, 내부 총질 같은 건 하지 맙시다."

 

 "...인간은 언제 비열해질까?"

 

 "...뭐라고?"

 

 "'비열하다'는 것은 뭐지?"

 

 E는 정자세로 꼿꼿이 앉아 물었다. '비열하다'? F는 의아하게 E를 바라보았다. 비열하다는 것은, 얍삽하다는 것. 아니, 그것보다는 한층 더-

 

 "'비열하다'는 것은, 파시스트(fascist)의 전략."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럼, '파시스트'란 뭐지?"

 

 E는 이제 자문자답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원맨쇼(one-man show), 일인극(mono drama)을 하듯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했다. 하지만 그 흡입력은 좌중을 모두 집중시키고도 남았다. 드라마를 제시하는 타이밍(timing), 그것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 내부의 자신과 외부의 시선 사이에서, 그 실낱같은 희망 속에서 무한한 평온함을 유지하는 배우, E는 말했다.

 

 "'파시스트'란, '사랑'을 잃은 사람."

 

 "......"

 

 "타자에 대한 사랑을 잃은 자가 행하는 것은, 소시오패스(sociopath)의 그것과 같지."

 

 "......"

 

 "그들은, 타인보다 자신의 발톱을 더 사랑한다."

 

 "이봐."

 

 사회자가 제지했지만, 이제 E는 신들린듯 말했다.

 

 "너희는 이 게임에서조차, 너희의 장악력을 과시하려 했어. 아마 처음 목표는, 너희의 눈엣가시였던 J를 욕보이는것, 하지만 그것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 왜인지 모르겠지만 - 다만 J를 초기에 탈락시킴으로써 일종의 '무기력감'을 심으려 했을 거야."

 

 "......"

 

 말을 마친 E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괘, 괜찮아?" F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C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D는 눈을 부리부리하게 빛내고 있었다. G는 F를 흘깃 바라보았다. E는 고개를 숙인 채로, 제안했다.

 

 "일단, H를, '처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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