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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

 

 

 

  E는 D의 말투를 흉내내며 말했다.

 

 "A가 H를 의심했지. 그리고 바로 아웃당하는군."

 

 D와 H는 서로 다른 이유로 움찔했다. D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크크크, 하고 웃었다. H는 E에게 물었다.

 

 "그래서 내가 마피아라는 건가?"

 

 E는 대답했다.

 

 "그런 말은 한 적 없는데."

 

 "그게 그 말 아냐!"

 

 E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제1공대 흡연실에서 A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A는 담배 연기를 한 모금 흡입하고는, 중대한 이야기를 말했다.

 

 "나, 사실... 좋아하는 사람 있어."

 

 "으응?"

 

 E는 이상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여기서 한 청춘의 고민을 듣는구나. 공부도 안 했는데 바로 다음 교시에 퀴즈를 앞둔 이 시점에. A는 바로 말을 이었다.

 

 "...J야."

 

 "...누구?"

 

 "...J."

 

 "...그 선머슴애가 좋다고?"

 

 "......"

 

 "그래, 관점에 따라선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걔는 나에겐 희망이야."

 

 "뭐라고?"

 

 "'희망.'"

 

 "희망?"

 

 "그래."

 

 "어째서지?"

 

 A는 담배를 비벼끄고는, 슬며시 웃었다. E는 그 모습을 주시했다. A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알다시피, 나는 조실부모(早失父母)했어. 할머니 손에서 자랐지."

 

 "......"

 

 "나는 부모님의 사랑 같은 건 잘 모르지."

 

 "......"

 

 "...그런 나에게, '사랑'을, '희망'을, 알려준 건 J였어."

 

 "야, 그건-"

 

 "알아. 부모의 사랑과 이성의 사랑을 착각하지 말라는 거지?"

 

 "......"

 

 "그런 걸 착각할 정도로 미숙하지는 않아. 나는 그런 차원의 얘기를 하는 게 아냐."

 

 "......"

 

 "내가 말하려는 바는 말야, 그러니까..."

 

 "......"

 

 "...J가 '혁명'을 꿈꾼다면, 나도 '혁명'을 꿈꾸는 거야."

 

 "...'혁명'이란 뭐지?"

 

 "크크크... E, 잘 들어."

 

 "......"

 

 "'혁명'이란, 행복할 겨를이 없는 나에게 행복이 생기는 것."

 

 E는 움찔했다. A의 말은 아름답고, 처연했다. E는 이제 숙연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빗줄기가 아직도 앞머리를 타고 흐르는 듯하다...

 

 E는 말을 이었다.

 

 "A가 처음에 H를 의심했고, 마피아 I가 H를 두둔했었지요. 아마, 마피아였던 I는 A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다소 당황해서, H를 감싸려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추후에 그 기조를 이어갔던 것이지요."

 

 좌중이 웅성거렸다. H는 자신의 앞에 든 과자를 집어들었다. 하지만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D가 모두 들으란 듯이 외쳤다.

 

 "A! 네가 옳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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