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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피아 게임 II (The Mafia Game II) - 7화

 

 

 

 "실력 하나는 진짜 끝내줍니다."

 

 "그런데, 성격이... 개차반이죠."

 

 공연기획학회 아이리스의 사무실에서 김군과 이군은 그렇게 보고를 마쳤다. L의 프로필을 자세히 살피던 '그'는, 한 쪽 다리를 꼬며 말했다.

 

 "혹시 자세한 일화 같은 것 있습니까?"

 

 김군과 이군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곧 김군이 먼저 대답했다.

 

 "예.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L의 밴드 멤버 중에 하나가 어느 날 L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둘은 배달 음식을 시켜놓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죠. 여담으로, 그 친구는 L의 집 내부가 의외로 깔끔한 것을 보고 놀랐다는군요. 평소 외모 관리에 잘 신경쓰지 않는 L이기에, 집도 '돼지 우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예..."

 

 '그'는 약간 지루한 듯 팔짱을 꼈다. 그런 기색을 눈치 챈 김군은 재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둘은 그렇게 담소를 나누다가, 가족사 상담으로 대화가 흘렀습니다. L의 친구에게는 형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형이 집안의 재산을 가지고 도망쳐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그 친구는 심각하게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생겼는데? 면상이나 보자.'

 

 L은 말했다. 친구는 잠깐 움찔했다. 그는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 가족 사진을 L에게 보여주었다.

 

 '이 사람이 우리 형이야.'

 

 L은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 일 때문에 연습에 집중을 못했군?'

 

 '...그렇지, 뭐. 핑계같지만.'

 

 '......'

 

 '미안해.'

 

 L은 소주 한 잔을 탁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안주 한 점을 집어먹고,

 

 '형을 아직, 좋아하니?'

 

 '...뭐, 어렸을 때부터 같이 놀고 같이 울고 웃었던 사람이니까. 추억이 많이 쌓여 있지."

 

 '......'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잖... 뭐하는 거야?'

 

 그는 깜짝 놀랐다. L은 사진을 북북 찢고 있었다.

 

 '야!'

 

 '......'

 

 갈기갈기 찢긴 사진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그는 벌떡 일어나 외쳤다.

 

 '뭐하는 거야, 이 새끼야?'

 

 씩씩거리며 내려다보던 그는 요지부동한 L을 보고 놀랐다. L은 그대로 앉은 채 그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는 L을 한 대 때려줄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에 L은 너무 침착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L이 말했다.

 

 '가족은 친구이자 적이야.'

 

 '......'

 

 '확실한 경계를 찾아.'

 

 "-그 친구는 결국 L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답니다. 하여튼 보통 싸이코가 아니지요.'

 

 김군은 그렇게 보고를 마쳤다. '그'는 여전히 다리를 꼬고 담배를 입에 문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김군은 그런 '그'를 보며 생각했다. 나이도 나보다 한 살 많은 정도인데, 저 오만한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마 이 정도로는 만족을 못하겠지. 김군의 예상대로, '그'는,

 

 "다른 일화는 없습니까?"

 

 "다른 일화라..."

 

 "예. 약간 따분하군요."

 

 따분하다고? 저건 진실인가, 허세인가. 김군은 머리를 데굴데굴 굴렸다. 이번엔 이군이 대답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L이 휴학을 한 사유에 관한 일화입니다."

 

 "그러게. 나도 그게 예전부터 궁금했어요. 그는 학교의 밴드들과 음악 동아리, 프레이즈팀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한 기타리스트였는데. 별명이... 뭐였더라, 유치한 거였는데."

 

 '그'가 궁금해하며 묻자 이군이 대답했다.

 

 "'소울 터치(soul touch)'입니다. 모 음식점 프랜차이즈에 빗댄. 소울 터치라고 읽고, 쓸 때는 L을 대문자로 쓴 'souL touch' 입니다."

 

 이군은 저도 모르게 약간 흥을 실어 말을 마쳤다. '그'는 살짝 찌푸렸지만, 대화를 이어갔다.

 

 "예, 예. 맞아요. '소울 터치'. 그만큼..."

 

 "섬세하게 기타를 칩니다."

 

 이군이 이번엔 말을 잘라 대답했다. '그'는 조금 더 눈쌀을 찌푸렸다. 김군이 이군의 허리를 쿡 찔렀다. 이군은 그제야 아차, 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는 헛기침을 조금 한 다음,

 

 "그래서, 왜 그가 휴학했습니까?"

 

 하고 물었다. 이군도 점잖게 헛기침을 한 다음, 대답했다.

 

 "L은 그 자유분방한 성격과는 달리 의외로 학교에서 누군가와 연애를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뭐, 사생활까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우리 사귄다'는 공식적인 선언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지요."

 

 "예."

 

 "그렇게 의외로 여자 관계가 깨끗한데, 어느날인가, 한야동 뒷골목에서 학교 구성원 누군가가 L을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그 몰골이 가관인게, L이 '여자 옷'을 입고 있었더랬죠."

 

 "뭐요?"

 

 '그'는 이제야 흥미가 생긴 듯 이군을 바라보았다. 이군은 어깨를 으쓱한 다음,

 

 "예. 상의는 블라우스에, 하의는 긴 치마를 입고, 두툼한 하이힐을 신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L에게 물었습니다-"

 

 'L, 왜 그러고 있어?'

 

 '오, B. 지금 몇 시지?"

 

 "응? 지금 몇 시냐고? '새벽' 두 시 이십 분."

 

 '...어쩐지 춥더라.'

 

 '왜 그러고 있냐고.'

 

 '아아.'

 

 "L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걱정이 되어 L을 바라보았더랬죠. L의 얼굴이, 약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고 합니다."

 

 "뭐야, 변태인가? 뭐, 뛰어난 예술가들은 다들 변태라지만."

 

 '그'가 여전히 흥미로운 눈빛으로 이군을 바라보았다. 이군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어나갔다.

 

 "다음 날, 그녀와 L은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그녀는 L에게 여러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학교의 '극단적 페미니스트' 집단이 인트라넷에서 L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판단하기에 그것은 일종의 '꼬투리 잡기'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L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상 행동'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군이 대답을 마치자, 김군이 재빠르게 첨언했다.

 

 "페미니즘 운동은 이해하지만, 극단주의자들은 공격할 상대를 선택할 때 명망이 있고 뛰어난 사람을 고릅니다. 그래야 효과가 크니까요. 그들은 목적과 수단이 전치되어 있습니다. 계속 그런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김군은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이건 너에게 하는 이야기다. 잘 들어둬라. 김군이 입을 다시 열었다.

 

 "세상을 지배하고 싶으니까요."

 

 김군은 덤덤하게 말을 마쳤다. '그'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그 '무반응'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반응이었다. 항상 오만한 결론을 턱턱 내놓곤 하는 '그'가, 아무 말이 없다는 것. 이것은 '그'가 지금 상궤를 벗어난 상태임을 정확하게 폭로하는 것이었다. 김군은 고개를 약간 까딱했다. '뚝' 소리가 났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그'가 말했다.

 

 "요컨대 L은, 상품성이 뛰어난 작자이군요. 어디로 튈 지 몰라서, 흥행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렇지요."

 

 '그'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김군과 이군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곧 답문이 왔다. 답문을 확인한 후 다시 생각에 잠긴 '그'는, 이윽고 말했고, 김군과 이군은 충격에 빠졌다.

 

 "다음 마피아의 밤에- 'L'을 죽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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