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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게임 II (The Mafia Game II) - 3화

 

 

 

 

 그 남학생은 캠퍼스를 거닐고 있었다.

 

 마주치는 몇몇 친구들이 그에게 인사했고, 그는 특유의 부끄러워하는 미소로 화답했다. 늦여름, 하늘은 높고 햇살은 강하게 내리쬔다. 학생들은 가방이나 파일 홀더로 햇살을 가리곤 했다. 하지만 그는 온 몸으로 햇살을 받아내고 있었다. 당신이 그의 한가롭고 평온하고 다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행동거지를 본다면, 그가 사실은 속으로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을 거라고 짐작하기 힘들 것이다. 

 

 빌어먹을. 손이 다 떨리네.

 

 그는 땀이 나는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 감추며 그렇게 생각했다. 손을 진정시키고 나서, 다시 손을 빼내었다. 그리고 휘적휘적 학생회관 2층으로 올라갔다. 원형으로 되어 있는 복도를 시계방향으로 반 바퀴 돌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다. 그는 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의 사잇길로 들어간다. 

 

 건축자재들이 지저분하게 널려있고,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는 공간의 한 쪽에, 자그마한 플라스틱 문이 하나 있다. 예전에 이 건물을 지을 때 노동자들의 임시 쉼터였다고 들었다. 열악하다면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지금은 우리의 소중한 아지트이다. 그는 문을 두드린다.

 

 "누구야?"

 

 "나야."

 

 문이 열린다. 한 여학생이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맞이했다. "어서 와." 그는 이번에도 미소로 화답하려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술냄새를 맡았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뜬금없이?"

 

 "덥잖아."

 

 여학생은 까르르 웃고는 들고 있던 맥주캔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맥주캔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레기통에 쳐박혔다. 그는 그 모습을 그저 말없이 바라본다. 그녀는 "골-인!"하고 외쳤다가,

 

 "아, 맞다! 너 술 끊었지?"

 

 하고 갑자기 화들짝 그에게 묻는다. 그는 말이 없다. 그녀는 미안해하며,

 

 "냉장고에 있는 술 다 치울까?"

 

 "괜찮아. '유혹의 덫'들이 있어야 자제력을 키울 수 있어."

 

 손떨림은 멈추지 않지만. 그는 주머니를 뒤적여 껌을 꺼내 입에 던져넣었다.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노라니 마음이 다시 차분해졌다. 그는 안도하며, 방송 장비 앞에 앉아 있는 C에게 물었다.

 

 "준비는 잘 되가니?"

 

 C는 그제야 고개만 돌려 그를 바라보며,

 

 "지금 U와 연결이 됐어."

 

 "좋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C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대고,

 

 "U, 들리니? 들리면 녹음기를 세 번 두드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 셋은 모두 침을 꼴깍 삼켰다.

 

 톡, 토옥, 톡...

 

 뭔가 두드리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졌다. 셋은 그제야 안도했다. "좋아. U. 일단 녹음기를 꺼." C는 마이크에 대고 빠르게 지시했다. 여학생은 "아유, 살 떨려 죽는 줄 알았네. 한 잔 해야지." 하고 냉장고로 향했다. C는 그 모습을 보고, "야, F, 얘가 안 마시는 술을 네가 다 마시냐!" 하고 핀잔을 주었다. 핀잔을 들은 F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그래. 자제해야지."  

 

 말하고는 냉장고 문을 다시 닫았다. 요즘 술이 는 것 같아 고민이네. 살 찌면 안 되는데. F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송장비 앞에서 껌 씹는 것도 잊고 우두커니 생각에 잠긴 그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술을 끊었어. 이건 말도 안 돼. 저 녀석에게 붙어 있던 술귀신이 나에게로 옮긴 거야. 틀림없어.

 

 F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그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E."

 

 "......"

 

 "E."

 

 "...어?"

 

 E라고 불린 남학생은 그제야 F를 바라보았다. F는 그 애교 가득한 얼굴에 보조개를 피우며 물었다.

 

 "이 방송. 사람들이 얼마나 들을까?"

 

 "...글쎄?"

 

 "대략?"

 

 E는 곰곰 생각에 잠겨 있다가,

 

 "한... 3%?"

 

 "그거밖에 안 돼?"

 

 "그것도 감사한 거야."

 

 E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한 번 더 생각한 후,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벽에 붙어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다섯 시 오십오 분. E는 C에게 말했다.

 

 "C, 준비하자."

 

 "응."

 

 C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이크에 "U, 녹음기를 켜. 그리고 세 번 두드려." 하고 말했다. 톡, 톡, 톡,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U의 주위에서 발생하는 소음들이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C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조작해 U의 주변의 소리가 조금 더 잘 들리게 했다. 그 다음엔 빠르게 런치 패드를 조작해 아까부터 송신하고 있던 방송의 음악을 서서히 제거했다.

 

 여섯 시가 되었다. 

 

 C는 방송용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했다.

 

 "시청자 여러분,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게릴라 라디오'를 시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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