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게임 II (The Mafia Game II) - 16화
"그... L 학우님. 말씀이 좀 지나치신 것 같은데..."
사회자가 제지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기자들의 주목을 끈 L은 눈을 일자로 떴다. W가 말했다.
"L, 아무리 우리가 '친구'라지만,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말이 좀 심한 거 아냐?"
"......"
"사과하는 게 어때?"
L은 W를 바라보았다. L은 아까 Q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입을 일자로 앙다물었다. 그때 R이 말했고 L은 R을 흘깃 바라보았다.
"W 선배님... L 선배님이 '욕'을 한 건 사실이지만... 선배님이 너무- 지나치게 몰아붙이신 것 같은데..."
그러자 W가 R을 홱 째려보았다. 네까짓게 감히... 급기야 W의 입술이 파르르르 떨리고 있었다. R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P는 눈썹을 찡그렸다. 지나치다, 이 사람, 너무 급해, 뭐가 저렇게 급한 거야? Q는 그런 P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L이 그런 것처럼 눈을 일자로 떴다. 그리고 생각했다.
'성급한 적에게는 지구전을-'
그때, U는 왼쪽 다리를 오른쪽 무릎 위에 올려놓아, 다리를 꼬았다. 자연스럽게 몸의 방향이 S, T, 그리고 R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R은 고개를 숙인 채 그런 U의 기색을 보았다가, 조금 고개를 들었다. U는 그런 R을 한 번 더 흘깃 바라보았다.
세상에 신(神) 따위는 없다고,
'믿어왔지'
신이 있다면
매주 가정 예배를 드리던
우리 가족이
그렇게 처참할 수...
"그-"
L이 입을 열었다. 모두는 L을 바라보았다. L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W 학우님, 미안합니다. 사과할게요. 내가 그만 게임에, '과몰입'했어요."
"......"
"다시 한 번, 미안합니다.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라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안 될까요? 헤헤헤."
하고 웃었다. M이 "그래요, 그래요." 하며 중재에 나섰고 P는 안도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잦아들었다.
"맥 빠지네..."
현장을 바라보며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던 마기자는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경우엔 L이 사과하지 않고 계속 버팅겨야 물어뜯을 요소가 많아진다.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의외네. 약간의 낭패감을 느낀 마기자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저... 선배님?"
그때, 마기자의 옆을 지키던 박기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기자를 불렀다. 마기자는 대답했다.
"뭐야?"
"그- 여쭤볼 게 있는데요."
"지금 바빠. 나중에."
"아니, 아니, 그래도-"
아씨, 뭐야, 이 냔이 지금 끈질기게. 마기자는 신경질적인 모습을 슬쩍 드러내며 박기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물었다.
"...여기서 '욕'을 한 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요?"
뭐라는 거야? 마기자는 애써 담담하게,
"당연하지. 너는 '폭언'이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냐?"
"...하지만 그것도 때[時間]와 장소[空間] 나름이지 않나요?"
"......"
박기자는 끈질겼다. 마기자는 '욕'을 할까 생각하다가, 삼켰다. 박기자는 마기자의 안색을 살피고는,
"죄송합니다, 선배님. 괜한 걸 여쭤봐서."
하고 사과했다. 마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평안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박기자가 또 부른 것이다.
"그- 선배님?"
"아씨, 왜 자꾸?"
"이런 게 기사에 떴는데요, 선배님."
"뭔데?"
마기자는 박기자의 노트북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그러나 기사의 헤드라인을 확인한 순간 저도 모르게 헉, 소리를 내었다.
[한야신문사 마 모 기자, '후배 성추행' 의혹] - 독립저널 낮은뉴스
...어어, 어? 이걸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게?
한편, L의 재빠른 태세 전환에 E는 안정을 되찾았다. 그 기회를 틈타 E는 C에게 물었다.
"C, '워치 독'에서 '낮은뉴스'에 연락했겠지?"
그 말에 F는 핸드폰으로 기사 검색에 들어갔고 C는 재빠르게 대답했다.
"했을 걸. D는 일처리 늘 빈틈없어."
"흠."
"어디 보자. 지금 카메라에 그 녀석 잡히나?"
C는 세 대의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마기자를 찾았다. 카메라가 '객석'- 기자들을 비추는 건 짧은 순간이라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한다. 그때, 잠깐, 객석의 마기자가 얼핏 잡혔다.
"...본 것 같지?"
C는 긴가민가하면서도 그렇게 '추정'했다. E도 팔짱을 끼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F는 외쳤다.
"떴어. 기사."
"역시."
C는 고개를 끄덕였다. E는 이번엔 모니터 속의 L을 바라보았다. 저 학우님, 참 웃긴 사람이다. 뭐랄까, 자유롭네. 자유로운 영혼이야.
예전에도 말했던 적 있지, 어느 날 어머니는 말했다.
"만약 네가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
"희대의 '사기꾼'이 되었을 거다."
당신을 이해하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벌레 한 마리라도 집에 들어오면 그게 혹시 나를 깨물까봐 가차없이 잡아 죽이는, 서늘한 당신, 무서워요.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말도 하셨죠.
"그러니 기왕이면... '도박꾼'을 찾아봐라."
오, 어머니-
이제 어머니도 연세가 들어
벌레를 죽이지 않고 그저 내쫓기만 하시더라고요
그래요,
우리, 서로 죽이려 들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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