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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피아 게임 II (The Mafia Game II) - 10화

 

 

 

 

 "여러분, 많이 시장하시죠? 이제 식사 후에 자유시간입니다."

 

 사회자가 모두에게 말했고 S가 빠르게 물었다.

 

 "어디서 먹어요? '또랑'(레스토랑) 가도 돼요?"

 

 사회자는 깔깔 웃으며,

 

 "구내식당 투(two, 채플 안에 있는 구내식당)를 이용하셔야 해요. 외부로 나가실 수 없습니다."

 

 "치..."

 

 S는 입을 삐죽거렸고 그 모습을 보고 모두는 와하하 웃었다. 한 번의 투표와 마피아의 밤이 지나간 후, 모두는 이제 긴장이 갑자기 풀린 상태였다. 스태프들도 철수를 준비했다. L이 말했다.

 

 "그럼 밥 먹으러 갑시다."

 

 구내식당에는 이미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모두는 구내식당의 그저 그런 퀄리티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밥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그때 M이 불쑥 말했다.

 

 "저기... 우리, 배달시켜 먹을래요?"

 

 "오?"

 

 S가 반응했다. 솔깃한 제안이었다. "시켜, 시켜." P가 M에게 말했다. 그리고 다들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피자 먹을까?" "족발 어때?" "분식 먹죠, 분식."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 할증 붙죠?" "네." "순대국 먹고 싶다."

 

 피자로 결정. 기다란 식탁 하나를 잡고 옹기종기 앉아 기다리고 있자니 잠시 후 배달 노동자가 도착했다. 모두는 환호작약했다. 대체 얼마나 빠르게 달려온건지 아직 뜨끈뜨끈한 피자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L 학우님. 대표기도해주세요." N이 말했고 L은 머리를 조금 긁적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당신들 덕분에 우리가 살 수 있습니다. 주의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 아멘."

 

 "아멘."

 

 "먹자!"

 

 카메라가 없어서 그런지 다들 한결 자연스럽고 편안한 태도였다. 약속이나 한 듯 말도 없이 맛있게 먹고 있자니 슬슬 배가 불러왔다. 그제야 다들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고, 담소가 이어졌다. 그런데 P가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요즘엔 참 편해. 이렇게 핸드폰으로 간단하게 주문이 가능하고. 그런데 좀 무섭지 않아요?"

 

 "왜요? 왜 무서워요?"

 

 S가 물었다. P는 말을 이어갔다.

 

 "뭐랄까요. 편리함에 너무 자연스럽게 빠져들어간달까... 뭐라 표현을 못하겠네."

 

 "제가 배달을 해 봤는데요."

 

 M이 말했다. 그러자 O도 말했다. "저도 해봤어요. 방학 때. 추워 뒤지는 줄." S가 M에게 물었다. "어땠어요? 할 만해요?"

 

 M이 대답했다.

 

 "그럭저럭 할 만했지만... 제가 느낀 건

 이건 언페어(unfair) 하다는 거였어요."

 

 "언페어?"

 

  L이 반문했다. M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 일단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으면 주문이 들어오거든요? 그러면 수락할지 거절할지 선택해요. 그런데 인간이란 게 늘 수락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럴때는 로그아웃을 하라지만, 그게 어떻게 수시로 되겠어요. 그리고 가끔은 터무니없는 거리를 가라고 하기 때문에, 거절하게 돼요."

 

 "거절하면 어떻게 돼요?"

 

 "한동안 주문이 안 들어와요. 그냥 시간을 버려야 해요. 체감상, 약 삼십 분?"

 

 "그러면 그런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으려면 왠만하면 수락해야겠네요?"

 

 S가 물었고, M은 고개를 끄덕였다. L이 말했다.

 

 "길들이는 것 같네."

 

 "그쵸! 제가 말하고 싶은 게 그거예요."

 

 M이 박수를 딱 쳤다. O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O는 그러면서 반론을 제기했다.

 

 "그게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죠. 주문 못 받으면 장사가 안 되니까."

 

 "아니예요, 아니예요."

 

 M은 곧바로 재반론을 펼쳤다.

 

 "시스템이 정교하지 못해서 그래요. 터무니없는 배달 거리도 문제고, 페널티 규정에 대한 명확한 명시가 없어요. 소위 엿장수 마음대로예요. 지들만 알아요."

 

 "마피아예요?"

 

 S가 적절하게 반응했고 모두는 '빵' 터졌다. "마피아 시티다. 마피아 시티." "그러니까." "마피아민국."

 

 약간 진정되자, L이 말했다.

 

 "보통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시스템을 만들지 않죠. 돈 벌려고 만들죠."

 

 "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면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섬세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두툼한 책을 네다섯권은 더 읽어봐야 할 걸요. 그건 어렵고 귀찮으니까..."

 

 "선생이 제자들을 안 때리려면 교육학을 완전 섭렵해버려야 하죠."

 

 Q가 말했다.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지만, 세상에 좋은 선생님은 참 찾아보기 힘들다고 느낄때가 많아요."

 

 "한 10%?"

 

 L이 말했다. Q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다양한 분야로 공부 엄청 해야 돼요. 절대 쉬운 직업 아니예요. 하지만 그건 어렵고 귀찮으니까..."

 

 모두는 한 마디씩 거들었다.

 "타성에 젖었어." "원래 이런 나라였어요." "이제 당연한 일이지요." "익숙하다고 당연한 건 아냐."

 

 L이 말했다.

 

 "어쨌든 플랫폼 노동 얘기로 돌아오면, 그들은 절대 시스템을 바꾸지 않을 거예요.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노동자를 위해 시스템을 만든 게 아니니까. 글씨체나 만들고 기부나 좀 하면 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을 거예요."

 

 "앞으로, 우리 어떻게 살아가죠?"

 

 U가 약간 숙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L은 U를 바라보며,

 

 "'지옥을 벗어나려면 지옥길을 계속 돌파해 나가야죠.'"

 

 "......"

 

 모두는 숙연해졌다. 깊은 고민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U는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U, 들리니?"

 

 그때, U가 긴 머리칼로 가리고 있는 수신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U는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왼쪽 손목에 붙어있는 녹음기를 툭 쳤다.

 

 "좋아. U. 잘 들어. 그리고 아무에게도 이 얘기를 하면 안 돼."

 

 "......"

 

 "지금 이 게임에 마피아가 없어."

 

 U는 헙, 소리를 지를 뻔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일단 그렇게만 알고 있어. 아웃."

 

 수신이 끝났다. U는 지금 자신의 얼굴이 창백해진 건가 아닌가 걱정했다. 내색하면 안 돼. 내색하지 말자. 할 수 있어. U는 자세를 똑바로 하고 앉았다.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어, PD님."

 

 그때 연출PD가 다가와 모두에게 인사했다. "오늘 고생하셨어요. 남자 숙소는 오른편, 여자 숙소는 왼편이래요. 푹 쉬시고 내일 아침 열 시에 봬요!" 그러자 일동은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PD님도 고생하셨어요!"

 

 긴 하루가 끝나간다.

 

 일부는 소화도 시킬 겸 채플 안뜰을 산책하기로 했다. L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채플의 옥상으로 향했고, 그새 얻은 흡연 동지 M과 N, 그리고 옛 친구인 P가 동행했다.

 

 채플의 옥상, 저 멀리 밤바다가 보인다.

 

 "지긋지긋한 학교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하늘과 바다가 없었다면."

 

 N이 약간 감상에 젖어 중얼거렸다. 다른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없이 담배를 피웠다. 고래 모양의 채플 건물은 등에서 담배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잠시 후, 침묵을 깨고, L이 부드럽게 말했다.

 

 "너무 외로운 학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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