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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진달래 개화 일자 -

2016년 - 3월 19일
2017년 - 3월 18일
2018년 - 3월 23일 (이 때에는 내가 강원도 모처에서 군복무 중)
2019년 - 3월 23일 (이하 동문)
2020년 - 3월 16일 (복학)
2021년 - 3월 …?

작은 측백나무숲속에서,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초봄, 햇살은 꽤 따갑고 바람은 상당히 차가우며 하늘은 흐릿하고 공기는 다소 축축하다. 정신분열에 걸릴 것 같은 날씨라고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기록일지를 다시 들여다보고, 이번엔 연보랏빛 꽃망울을 바라보았다. 마치 지금 나서면 죽는다고 주장하는 듯이 그 생명체는 꽃피움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뭐하냐?”

그때, 한 친구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말을 건 이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수업을 같이 들은 적이 있는, 그다지 친하지는 않지만, 관심을 보여준다. 질문을 받은 이는 머뭇머뭇 대답했다.

“뭐랄까… 인사를…”

“인사? 안 해도 돼. 괜찮아.”

“……”

C는 뭐라 다시 대답하려다가 그만 더벅머리만 벅벅 긁고 말았다. ‘친구’는 그런 C를 보며 빙긋 웃더니,

“나 오다가 이거 받았는데.”

하고 옆으로 맨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C는 그게 뭔가 하고 보다가 잠깐 가슴이 두근거렸다.

리플렛이었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포스터도 혹시 봤냐? 이거 니네 동아리 공연 아냐?”

“아냐. 그거 프로젝트 공연이야.”

“그렇군?”

“……”

“그런데, 이거 말야, 문외한인 내가 봐도-”

C는 조금 놀랐다. 마치 자신이 무엇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지 기막히게 맞춘 것 같았다. 그런 C의 기색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는,

“잘 안 된 디자인 같아.”

“포인트가 너무 많지?”

“아, 그렇게 설명이 되나? 그렇네. 좌상단 로고가, 뭐랄까, 그래, 좀 ‘너무’ 크고, 모델의 얼굴도 너무 크고 - 모델이 얼굴이 크다는 얘기가 아니라 - 카피는… 뭐랄까…”

“카피가 모델의 하단에 있어서 마치 목을 자르는 것 같지.”

“아, 그렇게 되나? 역시 전문가는 다르군.”

‘친구’는 속으로 빙긋 웃었다. 이 녀석, 자기 전문분야 얘기 나오니까 되게 신나게 대답한다. C는 저도 모르게 흥분하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아까 인트라넷에서 뭐라고 댓글 달았다가 엄청 까였다.”

하고 아하하, 웃었다. 그러자 친구도 아하하 웃었다. 그래, 사실 봤어. 그리고 친구는 철학적인 논제를 슬쩍 꺼냈다.

“왜 포인트가 많으면 안 되는 거야?”

“으응?”

“봐봐. 이 꽃들도 가지각색이잖아. 만약에 세상에 꽃이 한 종류만 있다면 재미없지 않겠어?”

꽃 박사님의 멋진 대답을 기대하겠어. C는 곰곰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조화를 이루어야지.”

“으음?”

“‘조화신공이 물물(物物)마다 헌샤롭다(야단스럽다)’”

“흐음?”

“우리가 어떻게 조물주의 솜씨에 가닿겠어. 조금이나마 까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렇군. 멋진 대답이야.”

친구는 흡족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C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궁금증이 풀렸어. 이제 수업 가야 해. 또 보자!”

하고, 그는 손을 흔들고 곧 사라졌다. C는 그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고, 다시 꽃망울을 바라보았다. 나도 이제 일어나야겠어. 슬슬 배가 고프니까. 미학은 미학이고, 밥은 밥이다. 미학과 밥의 조화… 오늘 뭐 먹지? C는 일어나서 먼지를 툭툭 털었다가, 다시 연보랏빛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안 피진 않을 거야.



- 7.

“뭐하냐, 쟤?”

“설마 꽃을 보는 건가?”

“아, 오글거려.”

“어라, 꽃에 손을 대려 한다.”

“그만뒀다.”

“저런 놈들이 어디 명소에 가면 낙서하고 그래요.”

“세상을 바꾸려면, 저런 놈들부터, 박멸해야 해.”

“그래…”

“근데, 이 떡볶이 맛있다?”

“그러게. 떡볶이는 먹어도 되니까 일석이조네. 배달 요구사항에 어묵은 빼달라고 했어.”

“더 맛있어. 새로운 맛이야.”

“많이 먹어. 힘내자.”

“그래…”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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