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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

 

 

 

연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신 것 같다.

지오피(GOP)에서 봤던 멧돼지 몇 마리가 머릿속에서 쿵쿵쿵쿵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출구가 어디지? 나는 계속 두리번거렸지만 그럴수록 연기는 목구멍으로 더 심하게 들어올 뿐이었다. 어깻죽지와 팔 안쪽 근육이 심하게 저려왔다. 허벅지는 터져나갈 것 같았고 눈앞은 새까맸다. 손에서 땀이 나서 자꾸만 아저씨가 미끄러졌다. 이 아저씨야, 정신 좀 차려! 나는 욕을 내뱉으며 자꾸만 미끄러지는 아저씨를 끌어올렸다.

세 번째로 아저씨를 끌어올릴 때, 아저씨가 버럭 내 쪽으로 쓰러졌고, 나도 우당탕 넘어졌다.

지나온 삶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일단 엄마에게 미안하다. 엄마에게 원망도 많이 했다. 엄마는 내가 그냥 안정적인 직장을 얻길 바랐지. 그런 엄마에게 맞춰주는 척 하느라, 영어 회화 책을 보곤 했었지, 그런 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하지만, 엄마, 미안해. 나 사실은 다른 꿍꿍이가 있었어.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투고를 못해서 아쉽지만...

항상 나를 잘 따르던 재윤, 민환, 상기, 미안하고. 고마... 계속, 좆뺑이... 까라.

진현아, 도와 줘.

안녕. 모두들.

나는 정신을 잃었다.

"떴다!"

누군가가 외쳤고, 나는 푸우욱-! 하는 괴상한 소리와 함께, 날숨을 길게 내뱉었다.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잠시 눈만 깜빡였다. 눈 앞에 구급대원 아저씨가 보였다. 그는 이마에 땀을 잔뜩 흘리고 있었다. 잠시 후, 가슴 쪽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나는 괴성을 내뱉었다.

"진정해요. 갈비뼈가 부러졌을 수도 있어."

어떤 여성 구급대원이 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내 갈비뼈가 왜 부러졌어요? 아, 그렇구나. 이게 군대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이구나. 그런데 누나, 예뻐요.

"저 친구가, 저 아저씨를 구한 거야?"

"와우. 젊은 친구가 대단하네!"

"목숨 걸고 사람을 구했어!"

주변 사람들이 기쁨에 찬 목소리로 웅성거렸다. 아무래도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나는 고개만 돌려 그들의 표정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잠시 몸이 저릿했다. 그들의 표정은... 천사 같았다. 아, 저게 천사구나.

지훈 형이 눈 앞에 나타났다. 형은 울먹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이런 무모한 짓은 앞으로는 하지 마요."

헤헤... 제가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구요...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이 번쩍 들렸고, 나는 내가 들것에 실렸음을 알았다. 그리고 들것은 앰뷸런스에 들어갔다. 그 예쁜 누나 구급대원님과 나를 살린 아저씨 구급대원님이 앰뷸런스에 같이 탔다. 아마 병원에 가는 모양이다. 나는 아무래도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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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밤은 계속된다

9화

2019.03.20.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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