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 8화 -

"뭐 쓰냐?"

"단결! 아무 것도 아니지 말입니다."

"앉아, 앉아. 뭔데. 좀 보자."

"아닙니다. 안 되지 말입니다."

"짜식. 비싸게 구네."

"죄송합니다. 식후땡 하셨습니까? 담배 한 대 피우러 가지 말입니다."

"방금 피우고 왔어."

"알겠습니다."

"야. 그, 미안한데."

"병장 김우진."

"나 돈 좀 꿔 줄 수 있냐?"

"돈 말입니까?"

"어."

"어제 월급 날 아니었습니까?"

"아... 시발."

"하하. 룸살롱 가셨습니까?"

"...시발 새끼..."

"부소대장님, 그러다 큰일납니다. 전역 준비 하셔야지 말입니다."

"시끄러워. 임마. 그런데 대체 뭘 쓰고 있던 거야?"

"......"

"혹시 소원수리 아니지?"

"아니지 말입니다. 걱정 마십쇼."

이것은 처음으로 써 본 것입니다.

이런 걸 '언감생심' 이라고 할까요. 군생활 중에, 심심해서 읽던 판타지 소설인데.

읽고 나니 이상하게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부끄럽지만, 이렇게, 용기를 내어, 귀사에 투고합니다.

저는 이제 곧 전역합니다.

전역해서, 이 원고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 강원도 어느 산 속, 어느 군부대에서

병장 김우진

몽골 아저씨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사람들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불길은 많이 번지지 않았지만, 다만 뭐가 타고 있었는지 연기만은 굉장히 매캐했다. 1층의 슈퍼와 2층의 당구장과 3층의 노래방에 있던 사람들까지 연기에 놀라 신속하게 대피했다. 마을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모여들었고, 소방차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연기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안 돼! 들어가지 마!"

지훈 형이 나를 향해 외쳤지만 나는 내가 뭐라고 대답하는지도 모르게 대답했다.

"중요한 게 있어요!"

"뭔데?"

"수류탄!"

내 대답은 지훈 형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 것 같았지만 더 이상 설명할 겨를은 없었다. 그러니까, '수류탄'이라는 제목의... 콜록콜록. 아, 죄송해요. 나중에 설명드릴게요. 나는 옷소매로 코를 감싸며 4층까지 뛰어올라갔다. 화끈한 공기가 내 얼굴을 때렸다. 나는 내 방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꺼내들었다. 열쇠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거,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최대한 진정하려 애쓰며 내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 캐리어는 아직 무사했다.

나는 캐리어를 부술 듯이 열고, 나의 원고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품 속에 대충 쑤셔박고, 다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살려줘..."

나는 걸음을 멈췄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살려..."

다 대피한 게 아니었어?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서 방문을 열어제꼈다.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방바닥에는 술병들과 오뎅 국물이 담긴 그릇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매캐한 연기 속에서, 거의 정신을 잃고 미약하게 중얼거리고만 있는 이 아저씨를 부축했다. 그리고 나도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무슨 팔자인가, 하고.

뜨거운 밤은 계속된다.

--

뜨거운 밤은 계속된다

8화

2019.03.19.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