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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

 

 화가 많이 나는 날이었다.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그때 그 아저씨가 또 돈을 빌려달라고 한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는 '오백 원만."을 외치며 손을 내밀었고, 편의점 야간 알바를 구하러 갔다가 그곳 편의점 사장한테 지적질을 당해서 기분이 언짢아져 있던 나는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아저씨, 거지예요?"

 내가 생각해도 조금 싸가지 없는 말투였다. 그리고 이건 '군바리' 같은 말처럼 누군가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걸... 유튜브에서 얼핏 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뭐, 임마?"

 그 아저씨도 언짢았는지 눈꼬리를 치켜 올렸다. 그 다부진 어깨를 보니 덜컥 겁이 났지만, 군대까지 갔다 왔는데 자존심이 있지, 나도 지지 않고 맞장구쳤다.

 "맨날 돈 달라고 하니까 그렇지!"

 "오백 원이 돈이냐!"

 "...오백 원이 왜 돈이 아냐!"

 나는 더 세게 고함을 질렀는데, 내 목소리가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는 걸 느꼈다.

 나는 오백 원이 아깝다. 며칠 사이에 그렇게 되었다.

 내가 계속 편의점 야간 알바를 알아보는 이유는, 어차피 이 고시원에서 밤에는 자기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시끄러운 밤에 일하고 조용한 낮에 자겠다는 계산이었다. 군대에서, 동기들은 자격증 공부다, 토익 공부다 하며 전역 준비에 한창일 때, 나는 판타지 소설이나 뒤적이고 있었다. 어차피 내 머리로는 공부해봤자,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냥저냥 판타지 소설이 재밌기도 했고, 딱히 나에게는 꿈이라거나 목표라는 게 없으니까, 하고 퉁쳤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동기들이 한 편으론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뭐, 알바나 해야지.

 내 고함 소리를 들은 아저씨는 기가 찼는지, 아니면 내 눈이 글썽이는 걸 보았는지, 허! 하고 마른 숨을 턱 내뱉더니, 흡연실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욕을 중얼거리다가,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고, 벽을 한 번 주먹으로 쿵, 쳤다.

 "왜 그래요?"

 누군가가 흡연실 문을 빼꼼 열고 물었다. 그... 형이었다. 이름이 '지훈'이었던가? 나는 그 형의 얼굴을 물끔 바라보다가, 웃었다.

 "헤헤... 편의점 알바가 안 구해져서... 죄송해요."

 "아. 요즘 다들 힘들죠?"

 그 형이 나를 보며 위로쪼로 말했다. 그런데 그 언성이 묘하게 마음을 훅 치고 들어왔다.

 

 

 잠시 후, 형과 나는 밖에서 캔맥주를 홀짝였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그 형은 진중한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미간을 살며시 찡그리고 있다가,

 "나도 편의점 알바 구해야겠는데."

 하고 말했다. 나도 미간을 살며시 찡그리며 물었다.

 "형은... 작가 아니에요?"

 그러자 형은 씁쓸하게 웃으며,

 "작가... 죠. 그런데 잘 안 되네요."

 "힘내세요. 형은 그래도 꿈이 있잖아요."

 이번엔 내가 위로쪼로 말했고, 형은 슬며시 웃었다. 그리고는 맥주를 다시 호록 마시고는 말했다.

 "꿈이라..."

 찬 바람이 또 훅, 하고 불었다. 형의 미간은 이제 펴져 있었다. 하지만 허공을 주시하고 있는 형의 눈빛에서는 여전히 레이저가 뿜어나오고 있었다.

 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맺었다.

 "생존이 곧 '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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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밤은 계속된다

6화

2019.03.12.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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