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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

 노래방에서 쿵짝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떤 시를 떠올리고 있었다.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여기까지밖에 기억이 안 난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금 그릇에 담긴 술은 백성들의 피이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소리도 높다는 뜻이다. 이게 누가 읊은 시였지? 홍길동인가?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노래방은 그냥 노래방이 아니었다. 밤 늦게 PC방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봤더니, 어떤 스타렉스 한 대가 건물 앞에 와 있었다. 짧은 치마 입은, 약간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성 둘이 내려서, 그 노래방으로 갔다. 군대까지 갔다 와서 세상 물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는 그때 눈치챘다. 그 노래방은 그냥 노래방이 아니구나.

 나는 아까 낮에 산 귀마개를 꺼내 귀에 꽂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이유로 잠이 오지 않았다. 이십 분 정도 지났을까? 나는 벌떡 일어나서, 캐리어를 뒤적였다. 불안했던 것이다. 다행히 누가 캐리어를 뒤진 흔적은 없었다. 돈을 조금 모은 후에, 비밀번호로 잠글 수 있는 캐리어를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출출해진 나는 라면이나 먹기로 했다. 라면을 들고 공용 주방에 갔다. 어떤 아저씨가 죽을 먹고 있었다. 나는 간단히 목례한 다음, 냄비에 물을 올렸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들고 그 아저씨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는 여전히 말없이 먹고 있었다. 나도 말없이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잠시 그러고 있자니, 그가 말을 걸었다.

 "이, 이거-"

 "네?"

 "'반탕', 입니다."

 "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아저씨의 말투가 굉장히 어색했기 때문이다. 즉, 한국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얼굴 생김새나 분위기가 딱 우리나라 사람 같은데... 난 그에게 물었다.

 "그 죽 이름이, '반탕' 이라는 거죠?"

 "예, 예."

 "반탕이 어느 나라 음식이에요?"

 "몽골, 이에요."

 "그러면..."

 "네. 저는 몽골 사람..."

 아. 그렇구나. 소위, '외국인 노동자' 인 것이다. 몽골과 우리나라가 같은 혈통이라던가, 그런 얘기는 들었는데, 정말 한국인 같은 걸? 나는 속으로 감탄하다가, 동시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타국에서 와서 이런 주거 환경에서 지내고 계신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국에는 왜...?"

 "이, 일하러..."

 "아..."

 아저씨는 부드럽게 웃었다. 순박한 웃음이었다. 지금은 이런 비좁은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그 웃음은 마치 광활한 초원을 달리며 느끼는 기쁨을 표현한 웃음... 이런, 내가 이런 시(詩)적인 표현을.

 아저씨는 웃으며, 말을 맺었다.

 "딸. 보고 싶어요."

 

 --

 뜨거운 밤은 계속된다

 5화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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