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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

 

 "돈 없어요."

 "아. 그러지 말고. 조금만 꿔 줘."

 "얼마요?"

 "오백 원만."

 오백 원? 오천 원도 아니고?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입만 뻐끔거렸다. 오백 원으로 뭐 하려고?

 "오뎅 사 먹게."

 할 말을 잃어버린 나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백 원짜리 몇 개가 우수수 딸려 나왔다. 일고여덟개 정도 되었지만 모두 그의 손에 와르르 담아주며, 이제 귀찮게 하지 말라는 표정을 슬며시 지었다. 그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활짝 웃었다.

 "고마워."

 "네. 네."

 별 사람이 다 있네, 그러고 말았다. 다시 방에 돌아온 나는 그 일은 이제 까맣게 잊어버리고 늦은 잠을 청했다. 노래방에서 들려오는 소음도 이제 없었고, 다들 코를 골며 곤히 잠든 밤, 나는 침대에서 삐져나온 양 발을 서로 맞부비며, 억지로 잠을 청하다가, 끝내 잠이 들었다.

멈춰.

 삼십 분은 잤을까?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아 눈을 떴다.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 같은, 너무 또렷한 목소리였다. 나는 약간의 공포심을 느꼈다. 다들 일하러 나갔을까? 사방은 간밤보다 훨씬 고요했다. 마치 이 고시원에 나만 있는 것 같았다. 에이. 별 거 아닐거야. 잠을 어설피 드니까 어떤 환청 비슷한 것을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눈꺼풀이 다시 무거워졌다.

멈추라고.

 나는 벌떡 일어났다. 잠이 확 달아났다. 나는 방의 불을 켠 다음, 옷을 고쳐 입고 복도로 나갔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양 옆 방에 혹시 사람이 있는지, 인기척이 나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고요했다.

 너무 또렷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내 캐리어를 쳐다보았다. 누가 저 속을 뒤져보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문은 잘 잠그고 다녔으니까. 물론 총무는 마스터 키가 있겠지만, 그걸 함부로 쓰고 다니진 않을 것이고, 이 복도에도 CCTV는 있으니까.

 잠이 깨 버린 나는 그 참에 일단 씻고 나서, 가지고 온 유일한 책을 꺼내 들었다. 군대에 있을 때 심심해서 보기 시작했던 책으로, 평범한 영어 회화 책이었다. 다만 나는 그 책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예상대로 책에 조금 집중하자 방금 잠결에 있었던 일은 금방 잊혀졌다. 역시 환청 비슷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군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겪기 마련이다.

 아침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군대에서는 이제 하루 일과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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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밤은 계속된다

3화

2019.02.10.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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