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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

 

 

 

 '창문 하나 없는 독방, 나는 암흑 속에 있다'

 

 내가 코를 곤 모양이야. 옆방 아저씨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나는 그렇게 추정했다. 어두운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핸드폰으로 시각을 확인했다. 새벽 어스름일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시각이었다.

 

 담배 냄새가 솔솔 들어온다.

 

 나는 투덜거리며 전등 스위치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엎드린 자세에서 손을 쭉 뻗자 스위치가 손에 닿았다. 빛이 있으라. 나는 그렇게 주문을 외웠고, 곧 환한 빛이 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흡족해하며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는 그 상태로 기지개를 켰다.

 

 잠시 후, 나는 일어나서 방 문을 나섰다. 내 방 문을 나서면 바로 옆 방 문이 있다. 나는 그 문을 두드렸다.

 

 "예."

 

 아저씨가 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문 너머에서 외쳤다.

 

 "아저씨, 또 담배 태워요?"

 

 "...아, 미안해요."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어둡고 자글자글한 얼굴이 나타나, 물었다.

 

 "학생. 식사는 했어?"

 

 술 냄새가 났다. 어젯밤 또 두 병 정도 까신 모양이다.

 

 "이제 먹어야죠. 흐."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뒤돌아 세 걸음 이동했다. 그러면 바로 공용 주방이다. 나는 찬장에서 냄비를 꺼내, 물을 올렸다. 사실 별로 입맛이 없다. 그냥 살기 위해 먹는 것이다. 나는 네 걸음 이동해, 내 방 안으로 돌아와서 라면을 들고 다시 나오다가, 아저씨에게 물었다.

 

 "라면 드실래요?"

 

 아저씨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시 후, 라면이 맛있게 익었다. 아저씨와 나는 라면을 같이 먹고 다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방 안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또 담배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집 밖으로 나섰다. 

 

 우리네 사는 동네를 하릴없이 돌아다니기로 한다.

 

 한 두어시간 돌아다녔을까.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뜻밖의 손님들이 와 있었다. 아저씨와 그들은, 아저씨의 지저분한 방 안에 동그랗게 앉아있었다. 아저씨를 찾아 온 채권 추심원인가 싶어 나는 잠깐 긴장했다. 그들은 나를 흘깃 쳐다보았다. 나는 인사했다. 그들은 웃으며 마주 인사한 후 다시 아저씨에게 말했다. 

 

 "예수님만이 우리의 구원이십니다."

 

 여자가 그렇게 말했고, 그 옆에 앉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특유의 어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예."     

 

 나는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내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똑똑히 들려왔다. 여자가 말했다.

 

 "예전에 교회다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저씨가 대답했다.

 

 "예. 예전에 교회 밥 먹으러 다닌 적이 있지요."

 

 "어떠셨어요?"

 

 "...맛있었어요."

 

 여자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여자의 실망한 기색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여자는 끈질긴 사람이었다.

 

 "예수 믿으면, 복 받으실 거예요."

 

 "......"

 

 아저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상한 침묵이 좌중에 흘렀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귀를 계속 쫑긋거렸다. 이상한 침묵을 깨기 위해서였는지, 이번엔 남자가 말했다.

 

 "저는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었는데, 예수님을 믿은 후부터 나았습니다."

 

 "......"

 

 아저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엔 이상한 침묵이 흐를 새도 없이, 여자가 재빨리 말했다.

 

 "예수님을 진정으로 믿어 본 적 없으시지요? 예수님만이 나의 구원이라고 진심으로 고백해 본 적 있으세요?"

 

 "나는... 아파요."

 

 드디어 아저씨가 대답했다.

 

 "나는 무릎이 안 좋아서,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해요. 빚도 많고요. 이런 나도 나을 수 있나요?"

 

 "예. 예수를 주로 고백하면,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구원받으면 뭐가 좋은 거지요?"

 

 "구원받으면, 우리가 죽었을 때, 천국에 갈 수 있어요. 아저씨, 우리는 모두 죄인이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죽어요. 하지만 예수를 주로 고백하면, 죽은 후에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여자가 활기차게 말했으나, 아저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의 당황한 기색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이번엔 남자가 말했다.

 

 "아저씨, 저희가 이 곳에 온 것은 주님의 인도하심이라 생각됩니다. 한 번 이번 주일에 교회에 나와보시는 게 어떠세요?"

 

 "돌아가세요."

 

 "......"

 

 아저씨가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고,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곧 집 밖으로 나가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방 문 밖으로 나갔다. 열린 방 문틈 사이로 보니, 아저씨가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으아아,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켰다. 아저씨가 그제야 나를 보고, 말했다.

 

 "아, 미안해요."

 

 "괜찮아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아저씨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벽의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환기 좀 시킬라고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봄의 햇볕이 아저씨의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빛이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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