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생(半生)의 짐승


형아다
형아가 왔다
형아는 피곤한 몸을 질질 끈 채
침대에 쓰러졌다
축 늘어진 팔이 안쓰러운지
낼름낼름 핥다가
자기도 철퍼덕 누웠다.
가수(假睡) 상태에서
드르렁 드르렁 코 고는 소리에
잠이 깬다
쬐깐하고
이제 반생(半生)은 살았고
사방팔방 살펴보는 감각과 지진나는 동공
피로하기도 하였지
어차피 눈을 뜨나 감으나 밤이었으나
기왕이면 뜬 눈에
새벽 네 시 같이 까만 눈 속에
차분한 불빛
달콤한 불면과
집 털러 온 도둑들 앞에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움찔거림과
개죽음일 리 없는 죽음이여
부지불식간에 곯아떨어지고
삽시간에 깨어난다.



--

반응형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리의 시인  (0) 2021.11.13
감옥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0) 2021.11.09
반박(反駁)  (0) 2020.11.21
조율(調律)  (0) 2020.11.19
책 읽다가 죽어라  (0) 2020.07.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