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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인

 

 

 

거리에서야
나는 비로소 시인이 된 것 같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의 고향도 산부인과였다
하지만 아기가 온 몸으로 느낀 낯선 세계
조명이 번쩍이는 첫 무대
연습하지 못해서 울었다
지금은 어설프고 서툴러도
거리의 시인,
허름한 뒷골목에서 담배 꼬나물고 똥폼 잡다가
마주 담배 피우는 소년 소녀들 보면
갈대 상자에 실려 버려진 어느 선지자를 떠올린다
불가에서는 세상이 진흙탕이라지
내가 보기에 거리는 멀쩡하다
오늘도 시가 막 돌아다녔을 것이다
거리의 시인이 거리의 시인들을 만나는 꿈을 꾼다
시가 막 돌아다닌다
아직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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