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박(反駁)

 

 


나는 빠르게 성공하지 않을 것이다
빠르게 관심을 유도하지 않으며
빠른 사랑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저 아침에 이부자리를 정갈하게 개고
집 안을 구석구석 청소하며
매일 화장실을 깨끗이 닦고
책을 읽을 때에는 한 글자 한 글자, 한 획 입술에 음미하여
마치 금은보화와 같이 삼을 것이다
나는 빠르게 돈을 벌지 않을 것이다
빠르게 인기를 끌지 않으며
빠른 섹스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저 씻을 때 따스한 물의 온기를 흠뻑 느끼며
정성들여 온 몸을 구석구석 씻고
밥을 먹을 때는 급하게 먹지 않고
산책할 때에는 걸음걸음 시를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게으름이며
근면 성실이다
이것이 내가 온 몸과 온 영혼으로 하는 반박(反駁)이다.
다만 빠를 때에는
응급 생명을 구할 때
그때는 한 점 질풍과 같이, 쥐도 새도 모르게...

반응형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리의 시인  (0) 2021.11.13
감옥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0) 2021.11.09
조율(調律)  (0) 2020.11.19
책 읽다가 죽어라  (0) 2020.07.14
Lovely Place  (0) 2020.06.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