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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Place

 

 

 

어느 시인의 말대로
의정부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친절하다
바람을 쐬러 종종 의정부에 간다
꽤 네모 큼직한 빌딩과 그 변두리에 옛날 집들이 있는 의정부역 근처
북부 쪽 번화가 어느 편의점에 나는 단골 손님으로 찾아간다
막걸리를 하나 사서 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면
대리 기사 아저씨들이 콜을 기다리며 수다를 떨고
산책과 술을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내 맞은 편에 앉아 말을 건네온다
저녁이 깊어간다 바람이 분다
하나 둘 켜지는 네온 사인 간판
바(bar)의 아가씨들이 깔깔거리며 놀러오라고 전단지를 건네고
어디 곱창집에서 맛있는 냄새 풍겨오는데
막걸리를 한 병 더 마시고 과자 하나 입에 던져넣고
이마로 바람을 맞는다
밤이 깊어간다 비가 내린다
이 밤엔 나를 축복하고파
사랑이 사랑을 베푸는 꿈을 꾸고파
서울이 아닌 동네가 있어서 감사한 밤
Lovely Place,
조금 더 여유로운 의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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