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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나는 잔뜩 긴장했다. 다시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만병통치약을 한껏 껴안고 있었다. 삼촌이 거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미로에게 물었다.

 

 “알고 있었나?”

 

 미로는 삼촌의 눈길을 무던히 이겨내며, 특유의 자신만만한 말투로,

 

 “정보력은 생명이지. 그걸 탓할 이유는 없을 텐데?”

 

 “그럼 왜 다시다에게 망을 보라고 했지?”

 

 “망보기는 일과일 뿐이야.”

 

 “아랫짐승을 홀로 사지(死地)로 내모는 것이 일과인가?”

 

 삼촌은 사납게 물었고 다시다는 몸을 움찔거렸다. 아직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자신에게 떨어졌던 명령이 부당했다는 것을 지금 눈치 채고 있는 것 같았다. 미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삼촌은 나무 위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상황은 어때?”

 

 “남쪽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완전히 가지는 않았어.”

 

 “골치 아프군. 불빛 없이 돌아다니는 인간이라니.”

 

 우리가 목격한 인간들의 소식이 벌써 전해진 모양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삼촌에게 물었다.

 

 “삼촌, 방해해서 미안한데,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는 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인간이야, 언제나 예상 밖이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은 어느새 매서운 눈빛을 거두고는 무심한 눈길로 돌아와 있었다. 뭔가 곰곰 생각에 잠긴 듯 했다. 나도 잠시 생각해보았다. 인간이란, 어디까지 예상 가능한가. 그들은 우리 짐승들에게 축복인가, 해악인가. 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삼촌이 말을 이어갔다.

 

 “‘우는 사자(獅子) 같이 두루 돌아다니며 삼킬 자를 찾는다.’ 는 말이 있지. 큰 짐승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은 인간들이 자주 왕래하는 곳이야. 애초에 이런 곳에 나타난다는 것부터가 예상 밖이야.”

 

 “우리 날짐승들 사이에서는 요즘 이런 말이 돌고 있다. ‘큰 짐승들은 언젠가 모든 땅을 밟을 것이다.’”

 

 올빼미가 부연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무거운 침묵이 좌중을 휘감았다.

 

 

 “보금자리를 옮기려면 빨리 움직이자. 언제 또 큰 짐승이 들이닥칠지 모르지 않아?”

 

 침묵을 깬 것은 하얀 고양이였다. 삼촌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로, 결정해. 문책은 일단 미루겠어.”

 

 미로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말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움직일 수는 없어. 지금 크림이 출발해서, 장소를 물색하도록 해. 서둘러. 방향은 북쪽으로. 너의 올빼미 친구에게는 계속 감시를 부탁한다.”

 

 삼촌은 나무 위를 보며 눈짓했고 올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얀 고양이 크림도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이 향할 방향을 가늠했다. 우리는 그가 돌아올 때까지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강렬한 감정들이 너무 많이 스치고 지나갔다. 삼촌도 다소 지친 기색으로 저 쪽 작은 바위 위에 올라가 앉았다. 다시다는 자신의 만병통치약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크림은 출발했고,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제 자리에 드러누웠다.

 

 잠이 올 리가 없었다.

 

 결국 엉거주춤 일어나서, 늘어지게 하품을 한 후, 삼촌에게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다.

 

 

 “삼촌-”

 

 나도 모르게, 약간 어리광 부리는 듯한 말투가 나왔다. 내심 당황했으나 삼촌은 자상하게 대답했다.

 

 “.”

 

 “올빼미 친구가 있었어?”

 

 “예전에 그를 도와준 적이 있었거든.”

 

 “- 멋지네.”

 

 삼촌은 나를 한 번 돌아보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나는 재차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미로가 알고 있었다는 걸?”

 

 삼촌이 숨을 짧게 들이마시고는 그걸 잠시 머금었다. 아마 뭔가를 내뱉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평상시의 호흡으로 돌아와서는,

 

 “나와 미로는 오랜 시간 친구였지. 그래서 서로를 잘 알아.”

 

 “아아.”

 

 “미로는 머리도 좋고 싸움도 잘 하지. 결단력도 있고, 동료들도 잘 도와줘. 그래서 곧잘 무리를 이끌곤 했어. 하지만 녀석에겐 가끔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있었어. 종종 작은 동물이나 자신보다 약한 고양이를 괴롭히곤 했지.”

 

 “으응... 그건 짐승의 본능이니까. 나도 그런 걸.”

 

 “나도 그래. 하지만 무리의 우두머리는, 그런 걸 억눌러야 할 필요가 있어.”

 

 “......”

 

 “우두머리는 그래서 힘들고 외롭지.”

 

 엉뚱하게도 나는 그 말을 다시다와 연관 지어 생각했다. 

 

 “...혹시 말야, 다시다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위험한 지경으로 내몰렸었다는 걸?”

 

 “모르겠어... 하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는 눈치 챘을지도. 어쨌든 그도 고양이니까.”

 

 “그렇다면, 왜 시키는 대로 한 거지?”

 

 삼촌은 잠깐 멈칫했다가, 대답했다.

 

 “‘만병통치약’, 그건 미로가 준 거야.”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까 풀숲에서 자신의 만병통치약을 끌어안고 있던 그의 모습이 다시 생각났고, 그러자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떨군 채 다시다를 바라보았다. 그는 다소 진정이 되었는지 잠이 들어 있었다. 만병통치약이 그의 팔에 기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자장가라도 불러 주고 있는 걸까... 나는 잠깐 그런 망상을 했다가,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버렸다.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스라이 빛나는 별들이 내 눈가에도 별빛을 뿌려주었다.

 

 걷자...

 나는 하염없이 걷기로 하자

 

 

 

 

 

 

 

 

 

 

 - 계속 이어집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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