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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

 

 

 

 우울한 음악을 듣고 싶어졌다. 그는 키보드를 연신 구타해가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사흘 째 제대로 씻지도 않고 있었고, 내가 밥을 안 주자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른팔로 내 눈을 가려버렸다.

 

설득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대출금 밀려있는데 신용불량자가 되고 싶냐, 네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어머님도 아시냐, 데이빗 핀처와 같은 위대한 감독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지 않느냐, 너는 말만 번지르르한 남자였냐,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하나였다.

 

다 무의미해.”

 

나는 속 깊이 화증(火症)을 느꼈다. 어쩌다가 이렇게 망가졌나. 게임 속 캐릭터는 동굴에서 악당을 때려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약이 올라 이죽거리며 말했다.

 

렙업은 왜 하냐?”

 

그럼.”

 

사과나무라도 심어야 한다고 스피노자가 그랬는데. 까먹었냐?”

 

그는 잠깐 움찔했다. 권위 있는 명언이 효력을 발휘한 건가? 게임 속 그녀 몸매가 엄청 호리호리하다 - 가 동작을 멈췄다. 악당은 무방비인 그녀를 신나게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조마조마해졌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길! 그러나 실낱같은 희망이 부서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체력이 바닥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를 조종해 악당을 해치우고는, 뭔가를 웅얼거렸다.

 

“......”

 

뭐라고?”

 

두 달.”

 

뭐가.”

 

종말까지 두 달 남았어.”

 

“......”

 

모든 카드를 다 써 버린 나는 결국 이어폰을 귀에 꽂고 속세와의 단절을 시도해버린 것이다. 벌러덩 드러누워 있으려니 천장에 붙여 놓은 별 모양의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한 해 전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때 우리는 천장에 저 별들을 붙이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다. 비록 가난할지언정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연인. 서로 아껴주고 이해하며, 매일 매일이 작은 이벤트들로 가득하고, 로맨틱하고 아기자기한 일상을 누리는 삶. 우울감이 몰려왔고, 결국 나는 눈을 감았다가, 그것만으로 부족해 오른팔로 내 눈을 가려버린 것이다. 왠지 눈물을 옷소매로 닦는 것 같은 자세였지만 사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탈진한 것일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키보드 때리는 소리를 차단했다.

 

어느새 나는 단절된 암흑 속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사실 암흑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단순히 어둡다고 하기에는 무척 다채로운 무채색의 배경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양한 유채색의 별들이 의외의 좌표에서 반짝이고 있음에 놀라게 된다. 나는 손만 움직여 핸드폰을 더듬었다. 음악을 꺼 버린 나는 이제 완연한 코스모스의 세계로 나아갔다. 저기 어딘가에서 벅차도록 많은 별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또한 각각의 별들은 그 자체로 오롯하게 있다’.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유성은 영구히 낮아진다.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낮아짐의 끝은 지극히 높을 것이다.

 

색기 있는 얼굴이네...’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나는 발작할 뻔했다. 소리는 무한대로 반향을 일으켜 마치 우주에 영원히 울려 퍼질 것만 같았다. ‘색색기기있있는는얼얼굴굴이이네네.“ 나는 신음을 흘렸다. 멋대로 지껄이지 말라고 발악하고 싶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내 입을 억세게 붙잡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속으로 되뇔 수밖에 없었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 말이나 지껄이지 마! 제발!’

 

쟤는 좀 심하긴 했다.’

 

쟤쟤는는좀좀심심하하긴긴했했다다...’

 

쟤쟤쟤는는는좀좀좀심심심하하하긴긴긴했했했다다다.........’

 

산산조각 깨지는 유리처럼 나의 우주에 카오스의 시대가 도래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식은땀이 내 이마를 흘렀다. 목이 메어왔고, 그래서 콜록거리며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아무래도 몸이 좀 허해진 것 같아. 고향에 내려가서 엄마한테 삼계탕이라도 해 달라고 할까. 나는 냉장고로 가서 물을 꺼내 마셨다. 정신이 약간 돌아오며 시계(視界)가 선명해졌다.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그는 이제는 걸그룹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영상은 절대 모니터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보는 사람을 모니터 안으로 끌어들인다. 여인들을 멍하니 쳐다보는 그의 옆모습을 보자니 참 가지가지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번엔 머리가 아파왔다. 어젯밤에 민지와 술을 많이 마신 것도 두통에 한 몫 하는 것 같았다. 만약 민지가 나를 부축해서 집까지 데려다주지 않았다면 나는 하늘을 이불 삼아 잤을 것이다. 살면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바지 주머니에 있는 내 핸드폰이 울렸다. 민지인가 싶어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힘겨운 동작이었다.

 

[안녕하세요, 한의연 감독님! 감독님의 작품 <별들을 기억한다>가 이번 제 3회 맑은영화제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감독님의 이메일을 참조해주세요! - 3회 맑은영화제 운영본부 드림 -]

 

뭐라고? 내 입이 크게 벌어졌다. 오늘이 만우절인가?

 

아니다.

 

아오... 졸라 귀엽네.”

 

그는 멍한 눈으로 중얼중얼하고 있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를 것이다. 뒤통수를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그 대신 나는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그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뭐야?”

 

봐봐.”

 

. 뭔데.”

 

.”

 

“......”

 

“......”

 

최우수상?”

 

후후후...”

 

네가?”

 

내가.”

 

“......”

 

후후후후후...”

 

그는 영상을 정지시켰다. 그리고 잽싸게 내 핸드폰을 뺏어서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메시지를 다시 꼼꼼히 읽었다. 마치 내가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날이 세상의 종말이 도래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약간 씁쓸해졌다.

 

진실을 받아들인 그가 물었다.

 

상금이 얼마야?”

 

오백만 원이었나.”

 

. 시발...”

 

대출금 갚아야지.”

 

그의 윗입술 언저리가 실룩였다. 저건 뭔가 할 말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어떤 지름신이 도적 같이 임한 것이다.

 

, 이번에 캐콘(Cakon)에서 새로운 기종이 나왔는데.”

 

역시.

 

그런데?”

 

그게 무려 3040만 화소에 풀프레임이고-”

 

얼만데?”

 

, ... 사백이십...”

 

안 돼.”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진짜 안 돼?”

 

그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고 나는 그 표정 연기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 종말의 순간에 <아마겟돈>이라도 찍으려고? 내가 인정사정없이 화를 내려할 때 그의 핸드폰이 앙증맞고 듣기 싫은 소리를 울렸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핸드폰 화면을 쳐다봤다.

 

[Heesu Seong 님이 회원님의 사진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오빠... 지금 뭐해요? ^^]

 

그의 눈이 커졌다. 아주 찰나의 순간 그는 뭔가를 생각하더니 슬쩍 내 눈치를 봤다. 나는 본능적으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누구야.”

 

“.....”

 

희수가 누구야.”

 

그냥 아는 동생이야.”

 

정말이야?”

 

, 나 못 믿냐?”

 

어디서 알았는데.”

 

교회에서.”

 

그 교회는 종말이 온다면서 연애도 권장하냐?”

 

종말이 온다는 건 진태민 전도사님의 가르침이야. 교회의 공식 오피셜은 아냐.”

 

놀고 있네.”

 

“......”

 

너 왜 그럼 연애 상태를 비공개로 바꿨냐?”

 

“...그게 뭐.”

 

나랑 찍은 사진도 다 지웠더라?”

 

그냥 사생활을 폭로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말은 잘해요.”

 

!”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 기세에 놀라 나는 움찔했다.

 

! 아까부터 자꾸! 좀 이죽거리지 좀 마! 왜 그런 걸 다 공개해야 돼? SNS는 오픈 투 더 월드야. 뭐 하러 자신의 모든 것을 스스로 폭로하는 그런 위험한 짓을 자청해서 해야 하지?”

 

물 흐르듯 청산유수 같은 말에 나는 잠시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이 새끼는 주워들은 건 참 많다. 사뭇 유식해 보이는 저런 모습에 나도 넘어갔었지. 내가 무슨 말을 할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 승기를 잡았다는 표정 같았다... 매사 대충 수습하고 넘어가려는 놈. 하지만 내가 어젯밤 어떤 지혜로운 친구와 술을 마시며 깊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을 너는 모를 것이다. 그의 입이 열리기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그럼 아예 계정을 비활성화하세요, 아저씨. 그거 압니까? 같은 행동이라도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과 연인을 기만하기 위한 것은 다른 문제라고요.”

 

“...기만? 그저 자유롭고 싶었을 뿐이야, 나는!”

 

어머. 어쩜 남자들은 저렇게 다 똑같을까. 나는 속이 답답해졌다. 원래 우리는 맞벌이 동거 커플이었다. 그는 택배 상하차를 하고, 나는 인터넷 강의를 촬영하는 알바를 하고. 그래야 겨우 생계가 유지되었다. 하지만 나는 한 달 전에 알바를 그만뒀다. 강의하는 교수 중 하나가 나한테 접근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교수님, 결혼하신 거 아니었어요?”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교수는 입 꼬리를 올리며 씩 웃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하기야 했지. 그런데 그거 아나? 우리는, 구시대적 산물을 청산할 필요가 있어.”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자유란 그런 것이지-”

 

어쨌든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 유부남의 눈빛은 평소에도 얼마나 재수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게 회사 내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웃긴 일이었다. 나는 정식 사원도 아니고 하다못해 비정규직도 아니고 그냥 값싼 알바생이다. 미미한 영향력도 없는 내가 소문의 주인공이 되다니. 그리고 나는 소문 속에서 가해자였다. 소문을 즐기는 사람들은 언제나 등 뒤에서 속삭인다.

 

, 쟤야. .”

 

우승호 교수님한테 꼬리친다는?”

 

어머. 미쳤나?”

 

색기 있는 얼굴이네.”

 

어우, 여자한테 그게 무슨 말이니! 너 나한테도 그런 말 하고 다니는 거 아니지.”

 

아냐, 아냐. 엄창.”

 

그런데 쟤는 좀 심하긴 했다.”

 

등을 돌려 그들을 마주 볼 수가 없었다. 그런 용기가 나에게 없었다. 그저 나는 속으로 무수히 되뇌었을 뿐이었다. ‘함부로 지껄이지 마! 뭐 하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속으로만 되뇌었을 뿐이었다.

 

내 어깨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우나 봐. 가자.”

 

뭘 잘 했다고.”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내 눈물을 가려주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울어?”

 

눈앞에서 그가 걱정스럽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고개만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자 그가, 민태가 내 어깨를 다독였다. 정말 걱정해 주는 것 같기도 했다. 마치 우리 처음 만난 날처럼.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민태는, 늘 쾌활하고, 남자다운 추진력으로 일을 해냈고, 같이 밥 먹으면 생선뼈도 잘 발라주고, 그 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는 그의 앞에 있으면 강아지가 된 것 같았다. 내가 울적한 날에는 늘 진심으로 걱정해주며 내 곁에 있었다. 지금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가 사과했다.

 

화내서 미안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화내고 이죽거려서 미안해. 그가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차분히 얘기해 보자. 나도 그럴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이처럼 말했다.

 

안아 줘-”

 

그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줘. 그는 잠깐 놀랐지만 이윽고 그 긴 팔로 나를 안았다. 나는 잠깐 안겨있기로 했다. 머리가 너무 아픈 나날이었다. 잠시라도 좋으니까 모두 다 잊고 싶다. 이 곳은 나의 우주-

 

찰칵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나의 우주에 카오스의 시대가 도래했다.

 

나는 화들짝 그를 떼어냈다. 그리고 그의 손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뭐 해?”

 

셀카.”

 

“......”

 

남겨야지. 기념으로.”

 

“......”

 

너랑 찍은 사진 올리고, 연애 상태도 공개로 바꾸고.”

 

“......”

 

네가 원하는 거 아니었어?”

 

하필 지금.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사방의 벽에서 곰팡이가 피어나는 느낌. 곰팡이는 자라고 자라서, 벽을 침식하고, 벽을 무너뜨리고, 나는 외부의 거센 바람을 맨 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 이윽고 폭풍이 밀려오고, 파도가 내 발을 휘감는다. 나는 그 무엇에게도 보호받지 못한다-

 

누구라도 좋으니 나를 구해 줘.

 

자자이이제제진진정정이이좀좀됐됐어어??”

 

그가 말했다. , 했다. 저게, 말인가. . 한 것 같다.

 

일일단단짚짚고고넘넘어어가가야야할할게게있있어어. 희희수수는는그그냥냥아아는는동동생생-”

 

제발. 부탁. 인데. 그만. . 하지. 않을래. 어지럽다.

 

두두달달후후에에모모든든게게끝끝나나. 그그러러니니사사이이좋좋게게살살자자-”

 

그만해.

 

이이리리와와.”

 

누가. . .

 

안안아아줄줄게게.”

 

구해줘.

 

의연아.”

 

민지다... 잠깐. 민지라고?

 

이제 괜찮아. 내가 왔어.”

 

민지다. 저건 민지다. 어떻게-

 

! 하고 들어왔지. 음하하하!”

 

역시! -

 

좀 대단하지? 그러니까 걱정 마.”

 

나는 항상 걱정 투성이야. 모든 게 벅차고 힘들어. 어떻게 해야 하-

 

나를 잊지 마. 항상 우리라는 걸.”

 

카오스의시대가끝나고,코스모스가복원되었다.모든코스모스는지극히희박한확률로이루어진다.그때에는말인가싶었던말들에서도단서를발견할수있게되는상태가된다.자이제좀진정이됐어?일단짚고넘어가야할게있어.희수는그냥아는동생이야.저번주에교회에새로왔어.[그가연애상태를비공개로바꾼것도내사진을다지운것도-저번주-]두달후에모든게끝나.그러니사이좋게살자.[이말을하며그는찰나적으로눈동자가움직였다모니터를흘깃보았다그리고손가락이스페이스바를건드렸다영상을실행하고싶은충동을느낀것같다.총천연색의어지러운영상.토할것같다]이리와.안아줄게.[‘빨리달래주고치워버리자’]

 

틀림없군.

 

나는 그를 떼어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갈래.”

 

“...? 뭐라고?”

 

나간다고.”

 

나가긴 어딜 나가.”

 

. 그래. 내가 말을 잘못 했네. 끝내자.”

 

?”

 

잘 살아라.”

 

! 뭔 소리야!”

 

나는 등을 돌렸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웃음을 참고 옛 연인에게 예를 갖추기로 했다. 나는 조용히, 겉옷을 걸쳐 입고, 필요한 물품만 가방에 넣고, 신발을 단단히 신고, 문을 열었다.

 

등 뒤에서 음험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어차피 종말, 꺼져, 어쩌고 한 것 같다. 매사 대충 수습하고 때우려는 놈. 말 같지도 않은 말이니 굳이 돌아볼 필요 없다. 나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밤공기가 아직 쌀쌀했다. 새파란 밤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도시에서는 별들을 보기 힘들다. 홀로 오롯하지만 혼자가 아닌 별들- 고향에 잠시 내려갔다 올까... 그 전에 민지를 잠깐 봐야겠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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