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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페이스

 

 

 

글을 쓰려고 

새로 산 중고 노트북

백스페이스 키가 뚜껑이 빠져 있다.

글을 쓰다가 글을 지울 요량이면

백스페이스였던 하얀 백스페이스 중심을 

힘겹게 누른다

만사 귀찮아하는 성정에

이건 여간 귀찮지 않다

그래서 그냥 글을 천천히 쓰기로 한다- 애초에 오타를 안 만들려고

쏟아내듯 뱉어내듯 데굴데굴 굴러가듯 쓰지 말고

누군가 그랬듯 손가락에 뇌가 달려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보면 다섯 해 쓴 아이폰 식스 플러스

배터리가 한 시간을 못 간다

페이스북에 뻘글을 쓸 요량이었다가

배터리가 방전되서 못 쓰고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이구, 그게 얼마나 감사한지

당신도 이 기분 알 것이다.

이 시도, 매우, 힘겹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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