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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중 1때 말야, 그때 나는 키도 작고 완전 꼬꼬마였거든

다 고만고만한 반 애들 사이에서 

유독 남자 어른처럼 키가 컸던, 태권도 배운다는 그 녀석

싸움 좀 한다고 애들을 막 괴롭히고 다녔지

남 괴롭히는 걸 즐기는, 아주 못된 녀석이었어

전 학년이 그의 통치하에 있었고

아무도 그에게 개개지 못했어

나는 어땠냐고? 나는 겁쟁이었어

나는 녀석에게 괴롭힘 당한 적은 없었지만

늘 녀석의 눈치를 보며 학교를 다녔지

조금 더 머리가 커지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기 주장을 하는 법을 터득해갔어

그것은 때때로 싸움을 부르는 일이었지

아직도 싸움은 두려워, 있잖아, 싸움은 무서운 거야 그것은

손이 덜덜 떨리는 일이야

맞을 각오와 때릴 각오

죽을 각오와 죽일 각오를

매순간 되새기며 산다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이야

얼마 전 진상 손님과 대판 싸운 뒤에

그가 앙심을 품고 또 찾아오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하지만 싸우다보니, 내 편도 늘어난다

뜻하지 않은 사랑도 받게 된다

적도,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사랑받으며 우쭐해하지 않고 미움받으며 좌절하지 않는 것

사랑과 미움은 결국 한통속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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